[사설] 법 질서를 못 세우는 정부는 자격 없는 정부다

조선일보
입력 2009.01.23 22:23 | 수정 2009.01.23 23:05

검찰의 용산재개발구역 참사 사건 수사에서 세입자 6명이 1000만원씩 6000만원을 투쟁 기금으로 거둔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철거민연합과 세입자들은 이 돈으로 새총 발사용 골프공 1만개, 20일간 버틸 식량으로 쌀 20포대, 발전기를 돌리기 위한 유사 휘발유 80통, 시너 20L들이 60통, 망루 제작에 쓸 공구를 구입했다는 것이다. 농성자들은 크레인을 빌려 망루를 짓는 데 쓸 합판과 비계를 옥상에 올렸다. 소주병에 시너를 담은 화염병 400개와 음료수 병에 염산을 담은 염산병 50개도 만들었다.

공사장 헬멧을 쓰고 마스크를 한 농성자들은 쇠파이프를 용접해 'Y자'로 만든 대형 새총으로 화염병을 쏘아댔다. 한강대로를 지나는 차량들은 멈칫멈칫 불길을 피해가야 했다. 농성자들은 옥상에서 아래쪽 경찰을 조준해 벽돌을 던졌고 시너를 부었다. 서울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소말리아 같은 곳이라도 되는 것인가. 이런 일이 미국, 일본 같은 나라 대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졌다면 그 나라 정부는 어떻게 했을 것이고 그 나라 시민들은 누구 잘못을 지적했을 것인가.

전철연은 이번과 비슷한 중무장(重武裝) 망루 투쟁을 1995년 용인 수지에서 10개월, 1999년 수원 권선구 4개월, 2003년 서울 상도동 16개월, 2003년 고양 풍동 20개월, 2005년 오산 세교에서 2개월을 했다. 지금도 용인의 가구단지 철거현장에서 13개월째 망루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전철연은 쇠파이프로 총신(銃身)을 만든 후 격발장치를 붙인 사제(私製)총, 농약 분무기를 변형시킨 화염방사기를 만들어 썼다. 수원 권선구에선 사제 대포까지 나왔다. 오산 망루 투쟁 때는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로 철거 용역에 투입됐다가 화염병에 불타 숨졌다.

도시 게릴라전이나 다름없는 이런 폭력 투쟁을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다. 서울서만 앞으로 450개 구역 재개발, 65개 재건축, 26개 뉴타운, 467개 도시환경정비 사업이 진행되고 있거나 계획돼 있다. 정부는 조합과 세입자 간 분쟁을 중재할 수 있는 제도와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으로 억대의 돈을 쓴 상가 세입자에게 1000만원, 2000만원의 보상금만 돌아가는 재개발 방식은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줌의 전문 시위꾼이 도심 복판 건물을 점거해 도로를 향해 화염병을 던지면서 1000만 시민이 사는 도시를 전쟁터나 다름없게 만드는 걸 더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일을 작년 광우병 촛불사태처럼 몰고 가려는 시도에도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정부가 법과 질서를 세우지 못하고 국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국민이 그런 정부를 어떻게 믿고 의지할 마음이나 가져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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