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폭파범 김현희씨는 15일 일본 NHK TV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일본어를 가르친 이은혜가 1978년 실종(당시 22세)된 일본인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고, 다구치가 1986년 사망했다는 북한 주장은 거짓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희씨는 일본말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지난 5년간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의 진상이 왜곡돼, 나나 나에게 일본어를 가르쳤던 야에코씨의 존재를 부정하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야에코씨와는 2년간 서로 국적을 떠나 친자매처럼 살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녀는 아이들이 보고 싶다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면서 "5년 전 뉴스를 통해 야에코씨의 아들을 보았는데 부모와 자식은 감출 수 없다. 눈이 꼭 닮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2년 북·일 정상회담 당시 야에코가 죽었다고 북한이 주장한 데 대해 "북한의 기밀을 알고 있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를 귀국시키면 북한의 공작기관이나 공작원에 관한 정보가 외부에 샐 우려가 있기 때문에 죽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나는 야에코씨가 지금도 살아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면서 "납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야에코씨의 가족을 만나 '희망을 가지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아들을 만나 엄마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야에코의 아들 이즈카 고이치로(飯塚耕一郞·32)는 2004년 김현희씨를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일본 외무성에 제출한 바 있다. 야에코는 1978년 한 살배기 아들 이즈카와 세 살 된 딸을 홀몸으로 키우다 실종됐다. 이에 따라 김씨와 이즈카의 만남이 곧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김현희씨가 1997년 결혼 이후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