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데스크] '미네르바' 구속과 양극단론

입력 2009.01.15 03:18 | 수정 2009.01.16 09:25

김낭기·인천취재본부장
소위 인터넷 경제논객이라 불리는 '미네르바' 구속을 놓고 우리 사회는 또다시 격렬한 대립 속에 빠져 있다. 구속 찬성론과 반대론이다. 그 이면에는 공동체 보호가 우선이냐, 개인의 자유 보호가 우선이냐 하는 보다 큰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정파적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다.

미네르바 구속을 지지하는 쪽은 공동체 보호를 강조한다. 미네르바가 허위 사실 유포와 마구잡이 예측으로 외환 시장과 국가 신인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니 형사처벌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쪽은 인터넷상의 익명성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며 개인의 자유로운 의견 제시를 법으로 막는 것은 유신시대로 돌아가는 인권 탄압이자 정치적 보복이라고 주장한다.

양측 모두 어느 한쪽 입장에서 주장을 하다 보니 허점과 왜곡도 많다. 구속 찬성론자들은 미네르바가 올렸다는 글 280여 편 중 법에 걸릴 만한 허위 사실 유포 혐의에 해당하는 것은 2개뿐이라는 점을 간과한다. 반대론자들은 미네르바의 글 중 경제에 대한 예측이나 예언 등 개인적 의견이나 주장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닌데도 의견 표현 자체를 막은 것처럼 호도한다. 미네르바에게 적용된 전기통신기본법은 있지도 않은 일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유포할 때만 처벌토록 하지, 단순히 주관적인 주장이나 의견을 펴는 것에 대해선 문제 삼지 않고 있다. 이를 외면한 채 "그럼 일기예보 오보도 처벌하라"고 하는 것은 떼쓰기에 불과하다.

공동체 보호와 개인의 자유 보호는 양자택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둘 다 중요하다. 공동체 보호만 강조하다 보면 자칫 무고한 사람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개인의 자유만 중시하다 보면 정말로 법을 어긴 사람이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갈 수도 있다. 억울한 개인이 나와서도 안 되지만, 불법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사회 전체가 피해를 보는 일도 있어선 안 된다.

문제는 시대 상황에 맞춰 양자의 우선순위를 적절히 조정하는 일이다. 과거 유신시대나 5공 군사정권 때는 국가안보나 사회정의라는 명분 아래 개인의 자유가 무참히 짓밟혔다. 강제 연행과 고문이 자행됐고, 정권 비판은 곧 감옥행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개인의 자유 보호가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겨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 정보화가 된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특히 인터넷 세상의 무법은 자유의 한계를 넘은 지 이미 오래다. 뜬소문과 거짓 주장과 선동으로 광우병 소동을 일으키고, 악성 댓글로 사람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있지 않은가. 미네르바 구속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영장을 발부한 판사 개인의 신상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사이버 테러를 가하고 있는 지경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 보호가 더 중시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경우에도 엄격한 증거와 적법절차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미네르바가 정말로 허위 사실을 유포했고 공익을 해칠 목적이 있었는지를 수사와 재판을 통해 가리는 일이 그것이다.

공동체 보호와 개인 자유의 보호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앞으로 언제든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최근 국회에서 논란이 된 복면 시위 금지법 도입 문제도 그 하나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이런 문제에 대한 균형 잡힌 논의는 없이 정파적 입장에 따른 세 싸움에만 골몰하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본말이 무엇인지는 관심 밖이다. 이래 가지고서는 사회발전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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