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한 치과의사의 지구 빈민촌 봉사

조선일보
  • 김어진 기자
    입력 2009.01.12 03:14 | 수정 2009.01.12 10:54

    40년前 소록도 진료 온
    일본인 교수와 약속…
    해마다 50~60일 해외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치과를 찾은 환자들이 이 병원 원장 명노철(66)씨에게 불평을 쏟아냈다. "선생님, 외국 환자만 환자고 우리는 환자가 아닌가요? 해외 그만 나가고 서울에 좀 계세요."

    명씨는 "허허, 이번에 또 병원을 비워야 하는데 어쩌나" 했다. 명씨는 설 연휴가 사실상 시작되는 오는 23일, 4박5일 일정으로 아프리카 세네갈에 간다. 그는 1987년부터 설과 추석 연휴, 국경일이 낀 샌드위치 휴일에 맞춰 매년 50~60일씩 베트남·캄보디아·몽골·방글라데시·마다가스카르의 한센병 환자촌과 빈민촌을 찾아 다니고 있다.

    명씨는 "40년 전 약속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1969년, 서울대 치대 본과에 다니던 명씨는 일본 오사카 치대 봉사단과 함께 소록도에 갔다. 일본 한센병 환자들에게 무료로 틀니를 만들어 주던 우메모도 요시오(梅本芳夫) 오사카 치대 교수가 소록도에 봉사하러 왔기 때문이다.

    당시 한센병 환자들은 충치가 빠져서 틀니를 해야 할 상황에서도 마땅한 병원이 없어 애를 끓이는 일이 많았다. 우메모도 교수는 명씨에게 "언젠가 한국이 일본만큼 잘 살게 되면 다른 나라 한센병 환자들에게 틀니를 만들어 주라"고 했다.

    명씨는 이 약속을 가슴에 새겼다가, 개업한 지 7년째 되던 1982년에 필리핀 한센병 환자촌으로 첫 의료봉사를 떠났다. 이후 그는 태국 한센병 환자촌에 열다섯 차례, 몽골 빈민촌에 스무 차례 다녀왔다. 2000년에는 베트남 한센병 진료소 4곳과 라이따이한(베트남·한국인 혼혈아)들이 다니는 직업학교 안에 치과 의원을 열었다.

    2006년에는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 굴리톨라 빈민학교와 모자원을 세웠다. 그는 "비를 가릴 지붕과 밥벌이할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근본적인 가난 치료법"이라고 했다.

    아내와 만난 것도 소록도에서 봉사하다였다. 그래서인지 아내(산부인과 의사)는 명씨의 든든한 후원자이다. 명씨는 지난 12월 http://focus.chosun.com/org/orgView.jsp?id=168" name=focus_link>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KCOC)가 주는 대한민국해외봉사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는 "남들 모르게 하면서 느끼던 은밀한 행복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된 건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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