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경제 흐름을 족집게처럼 잡아낸다고 해서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가 "내가 아는 가장 뛰어난 국민의 경제 스승"이라고 떠받들고, MBC 저녁 9시 뉴스의 신경민 앵커가 뉴스시간에 "(정부가) 그의 한 수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맞다"라며 모시던 '미네르바'라는 필명의 네티즌을 붙잡았더니 공업전문대 출신의 30세 무직자였다고 한다. 전(前) 정권, 전전(前前) 정권 동안 내내 권력과 손잡고 언론계 노른자위 자리를 독차지해 왔던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 가짜 경제 선생님을 '민주시민언론상' 수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자칭 미네르바는 네티즌 사이에서 '경제대통령'이라고 불릴 만큼 여론을 휘저으며 자기를 "30대 중반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기업 인수·합병과 서브프라임 자산설계에 발을 담갔다"고 소개해 왔다. 그런데 한국 좌파(左派) 지식인들의 이 경제 선생님이 사실은 외국에 머문 적도, 국내외 금융기관에 근무한 적도, 경제학을 전공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미네르바'는 부엉이를 데리고 다니는 로마신화 속 '지혜의 여신'을 가리킨다. 그러나 한국판(版) 미네르바 곁에는 눈 먼 부엉이만 있었다는 말이다. 한심한 코미디다. 이 엉터리 '국민의 경제 스승' 사건은 지난해 초 MBC 'PD수첩'의 광우병 왜곡 방송, 재작년 가짜 예일대 출신 미술평론가 신정아 사건에 이어 이 나라에서 이념 운운하는 지식인들의 정신세계가 얼마나 천박한가를 드러낸 사건이다.
미네르바를 ‘한국 경제의 메시아’로 떠받든 사람들은 입으론 ‘정의’ ‘평등’ ‘박애’ ‘세계주의’를 떠들지만 실제로는 그럴듯한 간판 앞에만 서면 내용은 뜯어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그냥 넙죽 엎드리고 만다. 지적(知的) 감식안(鑑識眼)은 물론 지적 자주성과 독립성이 결여돼 있는 탓이다.
그렇다 해도 검찰이 인터넷상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해서 이 ‘가짜 국민의 경제 스승’을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으로 구속하려는 것은 조금 너무 나갔다. 물론 이 가짜의 폐해가 막심하긴 하지만, 엉덩이에 곤장이나 몇 대 쳐 그를 받들어 모시는 교수와 앵커가 있는 대학과 방송으로 보내 ‘경제 만담(漫談)’이나 하도록 내맡겨 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