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자전거 전용 터널

조선일보
  • 김동섭 논설위원
  • 김도원
    입력 2009.01.09 22:50

    독일 북부 교육도시 뮌스터 도심에선 자동차 속도가 시속 30㎞로 제한된다. 자전거가 차 앞을 가로막으면 운전자는 경적 대신 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먼저 가라고 한다. 차가 달리는 자전거 1m 안에 접근하면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전거 전용 신호대기차선이 자동차 대기차선보다 3m 앞에 마련돼 안전한 출발을 돕는다. 인구 28만에 자전거 50만대인 뮌스터에선 자동차가 가장 불편한 교통수단이다.

    프랑스 파리엔 2007년 7월 오토바이처럼 뒷바퀴를 철제 커버로 씌워 안전성을 높인 크림색 '벨리브' 자전거가 등장했다. 300m마다 들어선 '주거장'에 10~50대씩 갖춰놓아 하루 1유로만 내면 누구나 탈 수 있다. 자전거는 버스전용차로로 달린다. 일반 차도와의 사이에 20㎝ 턱을 만들어 승용차가 넘어오지 못하게 했다. 들라노에 시장이 "자동차를 줄이겠다"며 시작해 한 달 이용자가 벌써 200만명을 넘었다.

    ▶정부가 서울 강남 테헤란로를 비롯한 대도시 주요도로 중앙분리선이나 녹지 위에 높이 4m 고가도로 식으로 원통 터널형 자전거 전용도로를 짓겠다고 했다. 터널 외벽에 태양전지를 달아 난방과 조명을 한다. 터널 내에 뒷바람을 불어주는 장치도 설치해 시속 20~30㎞까지 속도를 낼 수 있게 한다. 도로 시작과 끝 지점엔 3도 미만 경사를 만들어 자전거가 쉽게 오르내리도록 한다.

    ▶원통 터널은 차량 행렬과 완전히 분리돼 안전하고, 비 오고 바람 불어도 끄떡없다. 비 오는 날 자동차가 지나며 튀기는 물벼락 맞을 일도 없다.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독특한 발상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내놓은 아이디어라고 한다. 청와대 측은 "터널이 만들어지면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1㎞ 건설비가 50억~150억원이다. 정부는 경전철 1㎞ 건설비 500억원보다 훨씬 싸지 않으냐고 하지만 만만한 돈이 아니다.

    ▶우리 자전거 도로는 대부분 인도에 설치돼 있다. 자전거도 레저용일 뿐 교통수단으로 별반 인정되지 않는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에 '차'로 규정돼 있지만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 사고가 나도 전적으로 자전거 잘못이다. 자전거는 책임만 있지 권리는 없다. 자전거 통행 편의시설을 제대로 번듯하게 갖추는 것도 좋지만 자전거와 자동차가 공존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부터 바꾸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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