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죽어서 뼈를 남기다

조선일보
  • 정지섭 기자
    입력 2009.01.08 03:27 | 수정 2009.01.08 06:11

    국내 유일했던 아프리카코끼리 '리카'
    8년간 땅속에 묻어 骨표본 만들기로

    지난해 3월 죽은 수컷 아프리카 코끼리‘리카’의 생존 당시 모습. /서울대공원 제공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대동물관 격리 동물 방사장 1.5m 아래에 코끼리 한 마리가 묻혀 있다. 작년 3월 죽은 아프리카코끼리 '리카'다. 보통 덩치 큰 동물이 죽으면 불태우거나 연구할 가치가 있는 몸의 일부분만을 떼어 보존하는 것과 달리 이례적으로 이 코끼리를 묻은 것이다. 몸의 뼈대를 그대로 살려 골(骨) 표본을 만들려는 의도다.

    소나 말 크기의 동물은 죽은 후 물에 삶아 뼈에서 근육·살을 분리할 수 있지만, 5.5t짜리 코끼리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리카가 죽자 동물원의 수의사·사육사 20여명이 달려들어 몸을 8조각으로 분리해 땅에 묻었다. 리카의 몸은 앞으로 8년 동안 땅 속에서 살과 근육은 천천히 없어지고 뼈만 남게 된다.

    서울대공원은 오는 2016년쯤 뼈를 추려내 전문가들과 골 표본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모의원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장 크고 세밀한 동물 뼈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카는 1979년 태어나 1983년 11월 개장 준비가 한창이던 때 서울대공원에 왔다. 대공원은 "미국 수입상을 통해 반입됐다는 기록만 있을 뿐 어느 곳에서 왔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리카는 서울대공원에 남은 유일한 아프리카 코끼리로 큰 귀와 5.5t까지 나가는 몸무게는 다른 아시아코끼리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이종(異種) 간 짝짓기를 막기 위해 다른 코끼리들과 격리돼 왔다. 그러다 작년 3월 12일 저녁 실내 우리에 주저앉아 일어서지 못하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 사육사들과 수의사들이 주사를 놓고 기계를 이용해 일으키려 했지만 결국 이튿날 아침 숨을 거뒀다.
    어경연 서울대공원 진료팀장이 지난해 죽은 아프리카코끼리 '리카'가 묻혀있는 대동물관 격리동물사를 소개하고 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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