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국회 난동 사건' 소감(所感)

    입력 : 2009.01.07 22:31 | 수정 : 2009.01.08 01:26

    "우리 잘했지" 기념사진 촬영
    "고생 많았다" 인사라도 할까

    최보식 사회부장
    "민주당 파이팅!" 기념촬영을 한 뒤 국회의원들은 의사당을 떠났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평소에는 벽에 액자용 못도 안 박았을 분들이 해머와 정을 집어 들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소화전 호수로 물 대포를 쏘고 소화기 분말을 뿌리는 것이나, 등산용 자일로 '인간사슬'을 만드는 연습을 한 것도 어느 하나 힘들지 않는 게 없다. 무엇보다 전기톱으로 문고리를 자르는 것이야말로 고난도의 작업이다.

    그런 공구(工具)의 사용 말고도 육체적으로도 정말 힘들었다. 멱살 잡고, 휘두르고, 두 발로 펄쩍 뛰어오르고, 끌려 다니고, 사지가 들려 나가고, 내동댕이쳐지는 장면을 생생하게 봤다. 뉴스 시간에만 잠깐 볼 수밖에 없었던 점은 유감이다. 격투기 전문채널에서 비싼 로얄티를 지불하지 말고, '국회 난동 사건'을 갈 데까지 중계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 '국회 난동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국회의원이 이렇게 '위험한 직업'인 줄은 몰랐을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단상(壇上) 점거와 의사봉 탈취 같은 불상사는 있었다. 하지만 그때가 '애교'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실제 상황이다. 앞으로 그 강도(强度)는 점점 더 세질 것이다. 이제 이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위험한 업무 수행을 하고 있음을 스스로 깨닫고 세비(歲費)에 위험 수당을 새로 책정해야 한다. '빈둥빈둥 논다'는 한때의 나쁜 이미지를 불식시킬 기회다.

    연말에서 연초까지 2년에 걸쳐, 20일간 '몸을 던진' 그 투지(鬪志)에 박수를 치면서도 내심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극한 장면마다 "저 나이에 저러다가 나중에 골병들 텐데" "쯧쯧, 저 양반들도 집에 가면 처자식이 있겠지" 하며 조마조마했던 것이다. '우리가 뽑은' 선량(選良)들의 신체적 안위를 걱정하는 것은 도리이겠지만, 너무 빈번하게 국민들의 걱정을 끼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러니 앞으로 국회의원 출마 조건에 장대한 체격과 무쇠심줄 같은 완력(腕力)을 집어넣는 게 좋겠다. 이단옆차기의 격투기술이 있거나, 철봉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실력이면 가산점을 줄 수 있다. 이런 기본 조건을 갖춰줘야 국회의사당을 믿고 맡길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선거 때 유권자들이 이 점을 잊지 않을 것으로 본다.

    완력 구비로만 그치면 자칫 '불한당'으로 오인받을 수 있다. 진정 국회의원으로 존경받으려면, "나라의 장래와 민주주의를 위해" "고통 받는 서민을 위해" "정의(正義)가 강물처럼"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 지켜보는 국민들의 소감(所感)이 어떻든 상관없이, 거의 피를 토할 듯이 저 좋은 말들을 반복해야 하는 법이다.

    세상 일각에서는 '국회 난동 사건'에 대해 눈을 흘겨 뜨고 다른 마음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염두에 두면 이 땅의 국회의원으로 살아가기 힘들다. 보라, 모두 활짝 웃는 낯으로 "우리 잘 했지?" 하며 서로 격려하고 의사당 홀에서 기념사진을 찍지 않는가. 혹 20일이나 지내다가 회의장을 비우려니 아쉬운 점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이 '국회 난동 사건'이 설마 일회(一回)로 끝나겠는가.

    정치권이 사람 사는 세상과 떨어져 '독자 노선'으로 갈 데까지 가면 과연 그 끝은 어디일까. 이 불황(不況)의 겨울에, 우리는 지친 심신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더 이상 기대는 없고 감탄사만 있다. "어쩌면 저렇게 눈곱만큼의 미안함도 없는 강심장으로 살 수 있을까. 저분들을 누가 뽑았을까"라고.

    이날 의사당에서는 의원들이 어제까지의 일을 잊고, 어깨를 활짝 펴고 서로 득의만면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눴다. 대단한 성취를 이룬 것처럼. 그렇다면 우리도 얼른 이분들에게 "정말 고생 많았다"는 인사라도 건네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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