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닥치니 모래알… 한나라 친이(親李)계 와해

조선일보
  • 권대열 기자
    입력 2009.01.07 03:20

    '먹튀·수수방관형' 등 각자 제 살길 찾아… "大選전 급조된 탓"

    한나라당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주요 쟁점법안들을 하나도 처리 못하고 야당에 끌려 다닌 것은 당 지도부의 무기력과 당 내부의 사분오열 때문이지만, 당 주류(主流)가 결속은커녕 사실상 해체상태가 돼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데서 그 이유를 찾는 이들도 있다. 최근 주류인 '친(親)이명박' 의원들 스스로 "주류는 이미 동지의식을 잃고 사실상 해체됐다"고 말할 정도로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영삼 정부의 상도동계, 김대중 정부의 동교동계, 노무현 정부의 친노 직계 등 과거 여당 주류는 청와대와 함께 움직이며 정권과 운명을 같이했다. 하지만 이번 연말 국회사태에서 친이(親李) 의원들은 모래알 같았고, 이른바 '실세'들의 얼굴과 목소리는 여야 충돌현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선 주류에서 완전히 등을 돌린 '먹튀('먹고 튄다'는 속어)형(型)'이 나타났다. 주류의 지원을 받아 국회의원, 국회 상임위원장이 됐지만 이번 입법과정에서 청와대의 협조요청에 "내가 주류와 무슨 관련 있느냐"고 등을 돌린 부류이다.
    평상시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행세를 하지만 여야가 충돌할 때는 얼굴도 안 보이는 '투명인간형'도 있었고, 친이 진영의 3~4선 중진들 상당수는 뒤에서 훈수나 두는 '수수방관형'이었다. "정권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없다"며 연말 강행처리를 강력 주장한 '핏대형'도 있었지만 이들도 목소리만 컸지 뒤에서 당 지도부를 손가락질하는 게 전부였다. 이런 주류들의 행태에 대해 비주류 측에선 "주류라면서 청와대가 급할 때는 도움도 못 주는 '말로만 주류'"란 얘기도 나왔다.

    이 같은 행태는 이른바 주류가 이 대통령과 오랜 동지관계가 아니라 지난해 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급조된 그룹이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류 내부도 이 대통령 직계와 친(親) 이재오계, 안국포럼 출신, 경선 때 단순히 줄 섰던 의원, 경선 후 합류파, 공천받기 위해 무늬만 주류였던 의원들로 사분오열돼 있다. 정권이 힘을 받을 때는 이들이 앞다퉈 '실세' 노릇을 하다가 정권이 1년 만에 힘이 빠지자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 주류의 최근 풍속도이다.

    주류의 한 재선 의원은 "이미 의원 배지는 달았고, 다음 2012년 공천 때는 이 대통령에게 얻을 것도 없다고 보기 때문에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가는 것 같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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