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금(禁) 덕에 음반이 더 잘 팔린다고?

조선일보
  • 송혜진 기자
    입력 2009.01.07 03:29

    유해물·방송 부적격 판정 잇따라
    기획사들, 마케팅에 활용
    정부는 과도한 뒷북 규제

    가요계에 때아닌 '심의 논란'이 뜨겁다. 지난달 , 동방신기의 노래가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빅뱅의 승리('스트롱 베이비')도 5일 KBS로부터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 음반심의위원회가 지난 12월 말 110곡의 노래를 유해물 판정한 것에 이어, 방송 3사에서도 방송 부적격 노래 판정이 나오고 있는 상황. 음악평론가 임진모(49)씨는 이 같은 사태에 반발, 지난달 청소년보호위원회 음반심의위원 사의를 표명했다.

    ◆정부가 오히려 홍보 도왔다?… 노이즈 마케팅

    논란에 불을 지핀 비의 노래 '레이니즘'. 기획사측은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유해물 판정을 받은 직후 앨범 판매량은 오히려 10%가량 뛰었다고 밝힌다. 각종 포털에선 '매직 스틱(magic stick)'이라는 단어가 인기 검색 키워드로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가수 당사자는 논란이 될 줄 몰랐다고 하지만, 아마 이런 선정성 논란까지 예상하고 만든 가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성적 가사가 많이 들어가는) R&B(리듬 앤드 블루스) 스타일과 가수 어셔(Usher)를 연구했다는 비가 이런 상황('stick'이란 단어가 성적 단어로 해석될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 노이즈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쓴 가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동방신기가 뒤늦게 가사를 바꾼 '클린 버전'을 만든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음악평론가 성우진씨는 "과거 금지곡만 따로 모은 짜깁기 테이프가 잘 팔렸듯이 정부의 한심한 처사가 오히려 이들의 홍보를 도와준 셈이 됐다. 유해(有害)라는 말 자체가 의미 없어진 세상에서 벌어진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뒷북 규제… 확실한 기준 필요

    가수 빅뱅은 공중파 방송에서 노래 '거짓말'을 부를 때 가사 속 삽입된 '엿 같애'라는 단어를 소리 내 발음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청자는 그 단어를 또렷이 들을 수 있다. 바로 가수 대신 그 단어를 소리쳐 불러주는 청소년 방청객 덕분이다. 방송 제재 및 클린 버전 제작이 효과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유해물 판정이 예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졌고, 수십만 장이 넘게 팔린 앨범을 뒤늦게 '유해물'로 규정, '19금(禁)' 딱지를 붙이는 게 별 효과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방송 심의와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의견이 종종 엇갈리는 것도 혼란을 부추긴다. 비의 '레이니즘'은 원래대로 MBC·KBS의 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했고, 동방신기 역시 버젓이 방송에서 노래를 부르다 뒤늦게 유해물 판정을 받았다. 이런 모호한 처사로 관련단체는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조롱을 당하기도 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시대가 바뀌면서 가사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청소년을 보호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다양한 은유나 음악적 표현에 대해선 너그럽고 유연해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가수이자 기획자인 박진영씨도 "심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가이드라인은 있어야 한다. 어떤 기준에 맞춰 가사를 써야 하는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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