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칼럼] 암소 꼬리 뻗쳐지면 '우박' 날씨 아는 소처럼 우리도…

조선일보
  • 반기성·전문연구원·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조선일보 날씨자문위원
    입력 2009.01.03 02:57

    반기성·전문연구원·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조선일보 날씨자문위원
    "인도에는 가뭄이 자주 듭니다. 가뭄 때 배고파 소를 잡아먹으면 토지 특성상 다음 해 농사를 지을 수가 없지요. 소를 잡아먹는다는 것은 자기 무덤을 파는 격이랍니다." 인도인들이 소를 숭배하는 것은 소가 생명력이기 때문이라고 문화인류학자이자 기호학자인 마빈 해리스(Harris)는 말했다.

    1963년 5대 대선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추상적인 개념이나 구호 대신 "여러분의 보다 편리한 살림을 위해 저는 황소처럼 힘차게 일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황소의 근면과 성실 이미지를 자신에 빗댄 것이다. 춘원 이광수는 '아이들에게도 순순히 끌려가는 모습이 예수와 닮아 거룩해 보이기도 하는' 소의 우직함을 칭찬한다.

    소는 이런 장점 외에 날씨를 예측하는 지혜까지 갖고 있다. 바다에서 폭풍을 예고하는 것이 고래라면 육지에서 우박과 폭풍을 예측하는 동물이 소다. '암소의 꼬리가 하늘로 길게 뻗쳐 있으면 우박'이라는 말은 대관령을 포함한 강원도 영서지방에서 기상예보에 써먹는 속담이다. '소가 엉덩이를 서쪽으로 돌리고 있으면 날씨가 좋다'는 속담 역시 날씨를 예측하는 소 궁둥이의 신통한 능력을 가리킨다. '소들이 몰려 있으면 비'라는 말도 정확도가 꽤 높다. 한마디로 신통방통한 동물이 소인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폭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날씨 추위보다 더 매서운 경제 한파가 우리네 온 땅을 꽁꽁 얼리고 있다. "도시에서 온 놈들은 겨울 들판을 보면 모두 죽어 있다고 그럴 거야/ 꽁꽁 언 땅만 바라보니 그럴 수밖에…/ 그러나 적당한 햇빛과 온도만 주어지면 그 죽어 자빠져 있는 듯한 땅에서 온갖 식물들이 함성처럼 솟아 나온다 이 말이네." (김영현의 '깊은 강은 흐른다' 중)

    기축년 소의 해다. 소가 가진 생명력과 우직함, 근면과 성실, 미래를 예측하는 지혜로 힘을 합치자. 얼어붙은 땅 속에서 온갖 희망과 소망이 불끈 솟아오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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