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월급쟁이 등돌리게 하는 국민연금

조선일보
  • 김동섭 논설위원
    입력 2008.12.15 21:55 | 수정 2008.12.16 00:24

    노후 수령액 최저생계비 미달
    자영업자 거짓 신고분까지 부담

    김동섭 논설위원
    국민연금은 직장인을 배신한 연금인가.

    취직한 지 3년 된 스물여섯 난 후배는 최근 국민연금공단에서 보내온 예상 연금액 통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연봉 4200만원(월평균 360만원)을 받아 매월 32만4000원씩 보험료를 내고 있는 그의 예상 연금액은 현재 가치로 따져 월 101만원. 그럭저럭 노후 대비 자금이 된다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60살까지 앞으로 34년간 꼬박꼬박 연금보험료를 냈을 경우에만 그렇다고 적혀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소득 활동기간인 20년 동안만 가입하고 퇴직한다면 그가 받을 금액은 고작 월 62만원이었다.

    이처럼 그가 총 37년 동안 연금보험료를 내고도 받는 돈이 3인 가정 월 최저 생계비(102만원)에도 못 미치고, 기껏해야 은퇴한 공무원들이 받는 월 평균 연금 수령액 188만원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다. 이런 푼돈 연금을 받는 게 보험료 최고액을 내는 우리나라 360만원짜리 월급쟁이들의 현주소다. 노후 생활 보장이 아니라 최저생계를 꾸릴 정도니 어떤 직장인이 자발적으로 연금에 돈 내고 싶어하겠는가.

    지금 우리 국민연금은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불만이 가득하다. 작년 7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란 명목으로 엉뚱하게 연금법 개정을 한 탓이다. 보험료 내는 돈은 바꾸지 않고, 받는 돈만 생애 평균 소득의 60% 주던 데서 40%로 대폭 깎았다. 국민들이 보험료 올리는 것을 꺼린다며 당장 반발이 없도록 나중에 받을 돈만 크게 줄인 것이다.

    그 후유증은 깊고 크다. 우선 직장인들은 연금법 개정 전보다 받는 돈이 20~30%씩 줄게 됐다. 거기에 소득 재분배 제도까지 더해 최저 생계비도 안 되는 푼돈을 받게 돼 반발이 크다. 월 360만원짜리 월급쟁이는 60세가 된 뒤 평균 수명까지 받을 돈이 그때껏 낸 돈에 비해 1.3배를 받는다. 그러나 200만원 소득 신고자는 1.7배, 100만원 소득 신고자는 2.5배를 받는다. 연금법은 이처럼 고소득자가 조금 덜 받고 저소득자일수록 더 받도록 '소득 재분배' 효과가 나게 설계됐다. 돈이 풍성하다면 함께 나누는 게 좋은 일이지만 최저생계비밖에 안 되는 돈을 쪼개는 것은 함께 노후를 팽개치는 지름길이라는 게 직장인들의 얘기다.

    이뿐 아니다. 은퇴 후 지급될 연금액은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에 좌우된다. 연금에 가입한 전체 가입자 평균 소득은 월 176만원이다. 직장인만 따로 계산하면 평균 소득이 201만원이고, 자영업자들은 절반 정도인 105만원이다. 자영업자들이 소득을 너무 낮게 신고해 직장인들은 연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런 피해가 오게 된 것은 정부와 연금공단의 직무유기다. 자영업자들의 소득 파악을 할 수 없다면 애초 분리했어야 하는데도 '유리알 지갑'인 직장인들과 통합해 관리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자영업자들의 소득파악에 힘써야 하는데도 방치한 것은 이들의 무책임한 처사일 뿐이다.

    직장인들의 이런 불만을 해소할 대책은 없는 것일까. 연금액 계산에서 소득 재분배 효과를 지금보다 낮추는 게 급선무다. 지금보다 받는 돈이 줄어 혜택이 사라질 저소득층을 위해선 정부가 보험료 내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소득을 거짓 신고하는 상당수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해 전체 가입자들의 평균 소득이 줄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이 어렵다면 직장인과 자영업자를 떼서 직장 연금조합과 자영업자 연금조합으로 나누어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직장인들은 대부분 노후를 국민연금에 의존한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불합리한 점을 제대로 손질하지 않는다면 직장인들의 국민연금 불신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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