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화학' 달갑지 않은 유명세에 '골머리'

입력 2008.12.12 13:48

요즘 전남 여수산단 ‘남해화학㈜’이 달갑지 않은 유명세를 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견인으로 알려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2006년 ‘휴켐스㈜’에 이어 남해화학도 인수를 시도했다는 소식이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연일 보도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때문.

11일 오전 여수 낙포동 남해화학 본사 경영관. 한 사무직 직원이 낯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그는 업무 시간에 지인들 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대부분 “남해화학도 검찰 조사 받는 게 아니냐”는 물음이다. 그는 “많이 알려져 좋기는 한데 왠지 권력형 비리에 휘말리는 느낌이라 불쾌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2006년 하반기부터 작년 1월까지 남해화학이 태광실업에 매각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때는 회사가 넘어갈까봐 일손도 잡히지 않았다”며 “노 정권 이후 박 회장을 놓고 뭔가 터지겠다 싶었는데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남해화학은 국내 비료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한 국내 최대 비료생산업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안정적인 비료 공급을 통해 한국의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1974년 5월 설립했다. 여수공장 경영관 앞에는 ‘중화학 시대의 기수’란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탑’이 있다. 작년 2월에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당내 경선을 앞두고 방문해 선친의 글귀를 보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국내 7번째 비료업체로 닻을 올린 남해화학은 30여 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1980년 비료수출 1억달러 달성에 이어 올해는 3억달러 탑 고지에 올랐다. 1977년 406억원에 불과한 매출액은 2007년 8332억원으로 20배 넘게 급성장했다. 본사는 2002년 1월 서울에서 여수로 옮겼다.

최근 논란의 소용돌이에 있는 남해화학과 휴켐스는 같은 회사였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책으로 탄생한 남해화학은 정부와 미국 회사가 합작해 각각 75%와 25%를 보유했었다. 국영기업으로 한국종합화학이 경영에 나섰다.

1990년에는 미국 회사가 차관을 회수해 떠나면서 25% 지분을 농협중앙회에 팔아 넘겼다. 그러다 1998년 10월 공기업 민영화 바람으로 농협중앙회가 나머지 정부 지분 45%(정부 1995년 75% 중 30% 공개매출)를 인수한 뒤 이후 민간 매각을 통해 지분율을 56%로 유지한다. 이 때문에 남해화학은 농협 자회사다.

문제는 이후에 불거졌다. 2002년 9월 남해화학의 기초정밀화학분야(당시 제3지역)가 기업 분할을 통해 ‘휴켐스’로 바뀌면서 남해화학에 타격을 가했다. 당시 제3지역은 암모니아를 통해 화약의 원료인 초황을 만들어 전체 매출의 30%를 뒷받침했다. 값싼 비료 공급에 따른 적자분을 보완하는 성격이 강했다는 게 남해화학의 설명. 이후 2006년 6월 농협의 알짜 자회사 휴켐스는 석연찮은 과정을 통해 헐값으로 태광실업에 매각되기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안정적인 비료값 유지를 위해 휴켐스를 남해화학에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여수환경운동연합 신장호 고문은 “농협이 정말로 농민을 위한다면 휴켐스를 원상 복구해 흔들리는 비료값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료값이 가파르게 오른 것은 사실이다. 복합비료의 경우 1999년 5800원에서 2006년 9000원을 거쳐 올해는 2만20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농협은 휴켐스 분사와 비료값 급등은 연관성이 없다고 일축한다. 농협중앙회 비료계 담당자는 “2005년 25%의 정부 보조금이 완전 폐지된데다 올해 곡물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비료값이 많이 올랐다”며 “올해 1644억원의 비료값 인상 차액을 구입 농가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휴켐스를 잃은 남해화학은 수익 창출을 위해 유류사업에 뛰어들었다. 2003년 11월 주유소 ‘엔씨오일(NC-OIL)’을 연 것이다. 현재 전국 200여 점포를 운영 중이다. 남해화학 김장규 사장은 “남해화학은 이제 3대 농자재인 ‘비료’ ‘농약’ ‘유류’를 모두 공급한다”며 “원가 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한국 비료 산업을 이끈 남해화학은 이제 냉혹한 무한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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