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드 블라고예비치(Blagojevich) 일리노이주 주지사의 상원의원 매관매직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버락 오바마(Obama) 대통령 당선자 측근까지 포함된 부패의 시카고 정치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다. 블라고예비치와 연루된 인사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자칫 불똥이 오바마에게까지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누가 연루됐나
미 언론은 오바마가 남긴 연방 상원의원직을 팔려고 했던 대상으로, 대략 6명을 추적하고 있다. FBI는 공개한 녹취록에서 이들을 '후보1' '후보2'와 같이 익명처리했다.
이 중 논란의 중심 인물은 인권운동가인 제시 잭슨(Jackson) 목사의 아들이자 연방 하원의원인 제시 잭슨 주니어. 블라고예비치 주지사는 " '후보5'의 측근이 접근해 50만 달러를 내겠다고 했으며 이후 다른 쪽에서는 100만 달러까지 올렸다"고 말했다. 잭슨 의원은 자신이 '후보5'가 맞다고 시인하면서도 매관매직 개입 혐의는 부인했다.
오바마의 최측근인 밸러리 재럿(Jarrett) 백악관 수석 고문 지명자도 상원의원직을 물려받으려고 블라고예비치와 접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산다. 녹취록에 따르면, 블라고예비치는 "내가 임명해주면 감사 표시만 하겠다는데, 아무 대가도 없이 그냥 (의원직을) 줄 수 없다"며 오바마에 대해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이 후보가 오바마측의 최측근인 재럿이라고 미 언론은 본다. 이후 재럿은 슬그머니 상원의원 후보에서 빠졌고,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지명됐다.
◆오바마와 서로 돕던 사이
오바마는 블라고예비치 주지사와 상당히 가까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2년 연방 하원이던 블라고예비치가 주지사 선거에 나서자, 오바마·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 지명자·데이비드 액설로드(Axelrod·오바마의 선거 전략가)는 블라고예비치의 고위 선거전략가로 활동했다. 블라고예비치가 주지사에 당선되자 그의 연방 하원의원 선거구를 물려받은 사람도 바로 이매뉴얼이었다.
오바마가 2004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에는, 블라고예비치가 지원 유세에 나섰다. 그러다가 2006년 말부터 블라고예비치에 대한 부정부패 의혹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자, 오바마는 서서히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한편, 차기 백악관 대변인에 지명된 로버트 깁스(Gibbs)는 이날 브리핑에서 "블라고예비치 주지사가 사퇴해야 한다고 오바마 당선자가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곧장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블라고예비치 주지사는 "잘못한 게 없다"며 오바마의 사임 요구를 묵살했다.
◆상원의원 유고 시 후임자 선정은?
미국에서는 상원의원 공석(空席)이 생길 경우, 대부분의 주에선 주지사가 잔여 임기에 한해 후임 상원의원을 임명한다. 그러나 애리조나·알래스카·매사추세츠·오리건·위스콘신 등 5개주는 상원의원 유고 시 무조건 보궐 선거를 치르도록 하고 있다. 오클라호마 역시 보궐선거를 치르도록 돼 있으나, 상원의원의 유고가 짝수 해에 발생하고 이듬해 잔여 임기가 끝날 경우 주지사가 임명하도록 돼 있다.
공석이 된 상원의원의 후임 선출방식이 주마다 다른 까닭은 애초 연방 상원의원을 1913년까지 주(州) 의회에서 선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주에서 매관매직 잡음이 많자, 수정헌법 17조 통과 이후 연방 상원의원을 주민 직접 선거로 뽑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