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쓴맛 본 '한식 세계화'

조선일보
  • 김성윤·엔터테인먼트부
    입력 2008.12.11 00:35 | 수정 2008.12.11 03:04

    김성윤 기자
    서울 청담동의 한식당 '가온'이 올 12월 말을 끝으로 문 닫는다. 가온을 운영해온 광주요 조태권 회장은 10일 "2005년 개업한 이래 매달 1억원씩, 일 년이면 12억원 넘게 손해가 났다"며 "더 이상 출혈은 무리인 것 같다"고 했다. 가온은 '한식의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고 지난해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 주인 60명을 모아 1억6000만원짜리 한식 시식회를 가졌던 식당이다.

    물론 '가온'의 경영방식에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음식보다 그릇 같은 외적인 데만 치중한다"는 지적도 있었고, 1인당 4만5000원~15만원인 음식 값을 두고 "비싸다"는 얘기도 적잖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실험'을 하는 한식당을 잃었다는 건, '한식 세계화'의 작은 전초기지가 하나 무너진 셈이다.

    비싼 스파게티는 한 그릇에 3만원도 하지만, 비빔밥은 1만원만 넘어도 큰 욕을 먹는 게 우리 문화다. 재료 값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고, 손도 많이 가는 게 우리 음식이다. 한식을 세계화하겠다며 꿈을 키우던 요리사들이 결국 중식이나 일식, 양식으로 전공을 바꾸는 건 흔한 일이다. 한식당 주인들은 "국민들이 한식 가격에 대해선 유난히 따진다"고 입을 모은다. '싸고 푸짐하게'는 한식당을 평가하는 '거의 절대적' 기준이다. 조 회장은 "구미의 고급 식당 음식값은 1인당 500달러도 하지만, 한식은 100달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0월 한국에도 지점을 낸 프랑스의 세계적 요리사 피에르 가니에르가 운영하는 파리 레스토랑은 저녁이 1인당 359유로(약 67만원)다. 그래도 프랑스 사람들은 몇 달 전 예약하고 기다린다.

    우리 한식당과 요리사들이 '가치 있는 음식'을 만드는 데 실패한 걸까, 아니면 손님들이 '한식은 싼 음식'이라는 편견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일까. 그 해답을 찾아야 한식의 세계화가 가능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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