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프리실라 안은 지금 미국에서 주목받기 시작 한 뮤지션이다. 그녀는“엄마의 나라 한국에서 공연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엄마 없이 혼자 한국에 오는 건 처음이라 좀 어색하긴 해요. 그래도 한국에서 처음 공연하는 거라서 기분이 아주 좋아요."

데뷔 음반 한 장으로 미국 팝 음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프리실라 안(Ahn·24)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주한미군이었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유명 재즈레이블 '블루노트'와 계약을 맺고 올해 첫 앨범 '어 굿 데이(A Good Day)'를 내놓았다. 미국의 음악저널인 '올뮤직가이드'는 이 음반에 별점 4개(5개 만점)를 주며 호평했다. 부드럽고 신선한 음색이 포크음악에 잘 어울리는 수작(秀作)이란 평가다. 그녀는 4일 오후 8시30분 서울 서교동 상상마당에서 첫 내한무대에 오른다.

"한 살 때쯤 한국에 잠깐 살았다는데 기억은 없어요. 그래도 그간 한국에 여러 번 와봐서 무척 익숙해요." 검은 머리카락과 갈색 눈동자가 건강하게 빛나는 그녀는 서양보다 한국 미인에 가깝다. "엄마 덕분에 늘 한국음식을 먹어왔고 지금도 한국음식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오랫동안 닐 영의 열성적인 팬이었어요. 제 음악도 그의 음악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지요. 아빠가 닐 영과 밥 딜런, 비틀스의 팬이어서 어릴 때부터 많은 음악을 들었어요." 프리실라는 14세 때부터 기타를 쳤고 16세부터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했다. 지금은 피아노, 베이스, 하모니카, 우클렐레(하와이 기타)까지 여러 가지 악기를 연주한다. "맘에 드는 악기를 보면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뮤지션의 길을 걸으면서 원래 성(하트랜프트·Hartranft)을 엄마 성(安)으로 바꿨다.

"제 성은 발음하기도, 쓰기도 어려웠죠. 엄마 성은 쉬운 데다가 '평화(peace)'란 뜻이 있다고 해서 바꿨어요." 안(安)은 '안정된(stable)'이란 뜻도 있다고 일러주자, "그것도 좋은 뜻이네요"라며 좋아했다.

"엄마에게 조선일보와 인터뷰한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무척 자랑스러워하셨어요. 다음 번 공연 때는 꼭 엄마와 함께 올래요." 그녀의 엄마는 펜실베이니아 한 초등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다.

프리실라는 고교 졸업 후 한 대학교수로부터 "대학에 가는 대신 음악을 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듣고 프로 뮤지션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때쯤 펜실베이니아 집을 떠나 LA로 이사했다. "대학 안 간 건 후회 안 해요. 언제든 갈 수 있으니까요. 그때 음악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내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을 거예요. 지금 여기에 있을 수도 없었겠죠." 일본 3개 도시에서 8회 공연을 마치고 온 프리실라는 "한국 관객들과 만날 생각을 하니 정말 기대된다"고 했다.

"곡을 쓰고 가사를 붙여 연주하면서 노래 부르는 게 정말 즐겁고 좋아요. 앞으로도 평생 음악을 하고 싶어요." 프리실라는 "다음 번 한국 공연 때는 좀 더 유명한 뮤지션이 돼서 돌아오겠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