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입 자율, '무책임한 방임' 됐다간 다시 규제 부른다

조선일보
입력 2008.12.01 23:46

대학교육협의회 박종렬 사무총장이 2010학년도 대입 전형계획을 발표하면서 "(대학입시의) 3불(不) 가운데 기여입학제는 단계적으로 검토해야 하지만, 고교등급제와 본고사는 대학 자율에 맡겨도 사회가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서울에서 2010학년도부터 자기가 원하는 고교를 선택해 진학한 아이들이 대입을 치르는 2012년부턴 자연스럽게 고교등급제 금지 방침이 무너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학마다 원하는 학생을 자율적 기준으로 가려 뽑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지난 정권처럼 본고사형(型) 논술을 치르는 대학을 "초동(初動)진압하겠다"고 겁주거나 대학 총장들을 모아놓고 "내신을 50% 이상 반영하지 않으면 연구비를 안 주겠다"고 을러대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입시가 1960~1970년대 하던 것처럼 어려운 수학문제 몇 개 내놓고 그걸 잘 푸는 아이를 뽑는 방식으로 가도 괜찮다는 것이 아니다. 대학 입시에 무슨 문제가 나오느냐에 따라 학교 교육이 출렁대는 게 현실이다. 그런 만큼 대학들이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통해 대비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입시를 운영해야 한다. 교수도 못 풀 문제를 내놓고 우리는 일류대학이니까 이렇게 한다는 듯 뻐기기나 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고교등급제'라고 부르는 문제도 그렇다. 교육이 다양화·특성화되면 과학 잘하는 학교가 생기고 음악 잘하는 학교도 생긴다. 그런 학교별 특성과 장기(長技)를 입시에 반영해야 하는 것이지, 어느 고교는 A급, 어느 고교는 B급 하는 식으로 졸업생 성적에 따라 수험생에게 등급을 매겨선 곤란하다. 그렇게 하다가는 국민들이 "대학 하는 대로 내버려두면 안 되겠으니 다시 정부가 규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올지 모른다.

지난 5월 한국에 왔던 미국 UC버클리 입학사무처장은 자기 학교에서 입시 업무만 전담하는 입학사정관(admissions officer)이 110명이라고 했다. 그만큼 신입생 선발에 공을 들인다. 대학이 그 정도로 입시에 투자를 하고 있으니 수험생들의 성장환경이 어떤지, 다양한 경험을 했는지, 같은 점수라도 누가 더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가려 뽑을 수 있는 것이다.

대교협은 '이제부턴 대학 자율이니 대학이 알아서 하라'고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 대학들이 사회적 책무까지 충분히 감안한 입학전형으로 다양하고 잠재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적극적인 계도도 해야 한다. 그게 대교협에 대학 입학 업무를 맡긴 뜻일 것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