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낄낄거리며 아이스크림 핥던 노벨 화학상 수상자

조선일보
  • 김주환 과학 칼럼니스트
    입력 2008.11.26 03:06

    김주환 과학 칼럼니스트
    고교시절 같은 반에 가정 사정 때문에 1년 정도 늦게 입학한 형이 있었다. 하위권을 맴돌던 그 형은 신기하게도, 국사만은 항상 100점을 맞았다. 국사 때문에 고민하던 내가 '비법'을 물었을 때, 그 형은 말했다.

    "집에 가면 워낙 놀 게 없어서 국사책을 읽어. 교과서 중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 국사책이잖아. 꼭 이야기책 같지 않니."

    나한테 '암기 과목'이었던 국사가 그 형한테는 '이야기 책'이었던 것이다.

    대학원 기숙사에서 중고 컴퓨터를 수집하여 가정용 수퍼 컴퓨터를 만드는 게 취미였던 친구의 사정도 비슷하다. 어릴 때부터 재미로 컴퓨터 관련 책이나 저널을 즐겨 읽다 보니 어느새 '컴퓨터공학과'에 와 있더라고 했다.

    일본에선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꽤 많이 나오는데 한국엔 왜 없을까 하는 푸념이 들려온다. 혹시 우리가 '별난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평범하지만 자기 일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을 무시해버려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미국의 한 원로 천문학자에게 "별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미소와 함께 돌아온 대답은 "별이 너무 예뻐서. 저것 좀 봐. 너무 예쁘지 않아?"였다. 미국 유학 시절 한 할아버지가 대학 식당에 앉아 학생들과 낄낄거리며 아이스크림을 핥아 먹는 걸 보고 '인상 참 온화하네'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노벨 화학상 수상자여서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 못 따라가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 못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필요한 것은 영재나 저명 학자에 대한 집중투자가 아니라, 일이 재미있어 열심히 하는 '느슨한 일반인'에 대한 존경과 배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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