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타러 전용기타고 오다니…"

조선일보
  • 김민구 기자
    입력 2008.11.21 03:21

    ● 美 의회서 혼쭐난 '자동차 빅3' CEO들
    의원들 "경영진 연봉부터 깎아라" 집중 성토
    민주당도 지원에 반감… 표결 일정도 못잡아

    "구제 금융을 요청하러 오면서 3600만 달러짜리 회사 소유 전용기를 타고 오다니…."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Big Three) CEO(최고경영자)들이 출석한 19일 미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는 빅3 CEO들이 워싱턴 의회 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사 전용 항공기를 사용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이들 경영자들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했다. 250억 달러 규모의 '자동차 구제금융' 법안을 대체로 지지하는 민주당 의원들조차 이날 자동차 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미 ABC방송에 따르면, 빅3 CEO들은 모두 회사의 전용 제트기로 워싱턴DC에 도착했다. 자가용 제트기로 디트로이트에서 워싱턴DC를 왕복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2만 달러, 일반 여객기의 퍼스트 클래스는 837달러가 든다.
    파산 위기에 몰린 미 자동차 빅3의 CEO들이 19일 미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릭 왜고너 GM 회장, 로버트 나델리 크라이슬러 회장, 앨런 멀럴리 포드 사장. 이들은 청문회 출석을 위해 회사 전용기를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추궁을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로이터 뉴시스
    민주당의 개리 애커먼(Ackerman) 의원은 "(빈민들에게) 무료 급식하는 식당에 턱시도를 입고 나타난 꼴"이라며 "전용 제트기 대신 여객기 1등석으로 낮출 수 없었단 말이냐"고 질타했다. 같은 당의 배리 셔먼(Sherman) 의원도 "지금이라도 청문회를 마치고 돌아갈 때 일반 여객기를 이용할 분은 손을 들라"고 했지만, 빅3 CEO 중에서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민주당의 폴 칸조르스키(Kanjorski) 의원도 "리 아이아코카(Iacocca) 전 크라이슬러 회장은 (정부의 채권 보증을 받은 뒤) 자기 연봉을 1달러로 깎은 적이 있는데, 여러분은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릭 왜고너(Wagoner) GM 회장은 "내 연봉을 이미 절반으로 깎았다"고 답했고, 앨런 멀럴리(Mulally) 포드 사장은 "현재의 연봉 수준(2200만 달러)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빅3 CEO들이 "우리 차는 혼다, 도요타와 품질이 같거나 더 낫다"는 등 변명을 늘어놓으려 하자, 바니 프랭크(Frank) 하원 금융위원장(민주당)은 "고맙지만, 광고는 나중에 하라"며 발언을 중지시켰다.

    자동차 공장 노동자로 일한 경험이 있다는 민주당의 스티븐 린치(Lynch) 의원은 "지금까지 미국 공장을 닫고 전부 멕시코중국으로 공장을 옮기지 않았느냐"며 "이번에도 지원금을 받아 공장을 멕시코로 옮기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단지 경기 침체가 문제라면 왜 당신들만 이 자리에 있고, 다른 외국 기업들은 자국 정부에 돈을 달라고 손을 벌리지 않는가"라고 질문했다.

    빅3 CEO들은 결국 전날 상원 청문회에 이어, 이날도 의회의 적대적 분위기만 확인한 채 발길을 돌렸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구제금융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해, 20일로 예정됐던 구제금융에 대한 표결이 무기한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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