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난 5년 동안 8억5000만원을 익명으로 기부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진 문근영씨가 인터넷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이 "좋은 이미지 만들어서 몸값 올리려는 언론플레이" "돈 몇 푼 쥐여주고 생색낸다" "익명으로 기부해서 궁금증을 키워놓고 하루 만에 공개해서 대서특필하게 만들었다"는 식으로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다.
문씨 비난 악플엔 "자기 출신 지역에만 기부한다" "특정 지역 출신들의 영웅 만들기 아니냐"는 비아냥거림도 있다. 군사평론가 지만원씨 같은 이는 자기 인터넷 홈페이지에 여러 차례 글을 올려 "문씨를 기부 천사로 만드는 것은 빨치산을 미화하려는 좌익세력의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2005년 세상을 떠난 문씨의 외할아버지가 6·25 때 빨치산 출신이며 친북 활동으로 여러 차례 투옥됐던 점을 거론한 것이다.
문근영씨의 기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고교 1학년 때 어린이 도서관 건립 모금에 1000만원을 냈다. 그 뒤 백혈병·소아암 환자 돕기에 10여 차례 거액을 내놓았다. 전남 해남의 '땅끝 공부방', 독서운동단체 '행복한 아침독서'에 수억원을 기부했고 모교 광주국제고와 광주 '빛고을장학회'에도 장학금을 냈다. 이런 문씨를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비뚤어진 자기 심성부터 돌아봐야 한다. 문씨의 가족사(史)까지 굳이 거론해가며 문씨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은 상식을 지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최진실씨가 인터넷 악플에 괴로워하다 자살한 게 불과 한 달 반 전의 일이다. 인터넷을 더 이상 가상(假想)의 세계로만 여겨선 안 된다. 인터넷에 악플을 띄우는 것은 눈앞의 상대방에게 날이 시퍼런 흉기를 휘두르는 일과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사이버 모욕죄'의 도입이건 아니면 다른 무슨 방안이건 무책임한 사이버 폭력을 몰아내기 위한 확실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다행히 문근영씨측은 "악플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며 자연스럽게 수그러들 것으로 생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씨와 문씨 가족들이 이름을 숨겨가며 오랜 선행을 해온 것은 이 사회를 함께 어울려 살 만한 밝고 따뜻한 사회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문씨의 그런 훈훈한 마음이 비난 악플들의 섬뜩한 냉기(冷氣)까지도 녹여버릴 것이라고 믿는다.
▲ 본지는 지만원씨가 배우 문근영의 기부와 관련하여 인터넷에 올린 게시물에 대하여 2008.11.16.~18.에 걸쳐 2회의 인터넷 신문기사와 1회의 신문사설을 통해, "지만원씨가 문근영의 선행에 대하여 이념적인 색깔을 들어 비방하고, 올바른 기부문화 형성에 방해를 하였다"는 취지로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지만원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은 문근영씨의 선행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그 선행을 이용하여 빨치산을 미화하려는 일부 언론을 비판한 내용"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