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회의 참석차 워싱턴 DC를 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벌써 내년에 미국의 새 대통령과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했다. 이 대통령은 16일 CNN방송 인터뷰, 워싱턴 DC 특파원 간담회 발언을 통해 버락 오바마(Obama) 미 대통령 당선자에게 잇달아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냈으며, "오바마 당선자에게,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갖고 (외교를) 하면 더 큰 영향력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인물"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오바마 당선자에 대해 "미국의 변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 "그가 변화에 앞장서면 세계에 긍정적인 변화를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 방송 인터뷰에서는 "전화 통화에서 오바마 당선자가 아시아를 이해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한국과의 관계, 아시아와의 관계, 또 세계 리더십 회복 문제에서 오바마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미국 리더십이 손상당한 것이 있다면 너무 많은 하드 파워를 미국이 외교에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소프트 파워를 가지고 외교를 하면 오히려 더 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助言)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간담회와 CNN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 자동차 산업을 살리는 것이 한국과 세계경제에도 좋다"며, 미국의 자동차 산업 회생을 강조하는 오바마 당선자의 입장에 동조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미국 정부의 보호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적합하게 이뤄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바마 당선자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판 발언에 대해서는 "선거 때의 발언을 근거로 우리가 논란을 벌일 필요는 없다"며,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후 제대로 정리된 정책이 나오고 나서 얘기하면 된다"고 선(線)을 그었다.
◆"북한, 핵 포기하면 중국보다 잠재력 커"
이 대통령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처음 언급한 대로, 오바마 당선자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북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통미봉남(通美封南)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한미관계가 튼튼한 상황에서 그런 용어는 맞지 않는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통일 이전에 궁극적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나와야 한다"며 "북한은 핵을 포기하면 중국보다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나라"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우리의 목표는 핵 없이 통일을 하는 것" "북한은 매년 국민을 남에게서 얻어 먹이게 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도 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문제와 관련,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예상을 3.5%선에서 더 낮출 것으로 본다"며 "전 세계가 한국은 내년에 3~4%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못해먹겠다고 했는데 이 대통령도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우리가 더 노력하고 상대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 야당도 그렇게 나쁜 야당이 아니다"라며, "그런 생각은 별로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