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진 돼지고기와 햄 등을 섞어 미리 요리해 캔에 넣은 식품인 '스팸(Spam)'이 돌아왔다. 호(好)경기 때 '정크 푸드'로 천대받던 스팸이 불경기가 되자 다시 각광을 받으면서, 스팸을 만드는 호멜푸드사의 미국 미네소타주 오스틴 공장은 지난 7월부터 직원들을 2교대로 편성해 하루도 쉬지 않고 공장을 가동하며 매일 시간외 근무를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이 스팸을 먹으면서 저렴하면서도 뭔가 식탁에 고기 비슷한 것이 올라왔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덕분에 호멜푸드사는 두 자리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호멜푸드 직원들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호황"이라며 표정 관리 중이다.
대공황 때 탄생한 스팸이 다시 지독한 경기침체의 초입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운명. 햄과 돼지고기, 소금, 설탕, 물, 감자전분, 질산 나트륨 등을 섞어 만든 스팸은 대공황 당시 호멜푸드사 창업자의 아들인 제이 호멜(Hormel)이 발명했다. 깡통에 진공포장하기 때문에 냉장고에 따로 보관하지 않아도 수년간 보존 가능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배급식량이 되면서 미군이 주둔한 국가의 주민들에게도 익숙한 식품이 됐다.
이후 생활이 나아지면서 스팸은 미식가들로부터 '먹을 수 없는 음식'으로 간주됐고, '쓰레기 이메일'을 부르는 이름으로 전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오스틴 시에는 6달러29센트짜리 스팸버거 등 스팸을 재료로 한 음식이 식당메뉴에 올라있다. 한때 '고기 행세를 하는 것(Something Posing as Meat)'의 약자(略字)라고 조롱이 됐던 스팸으로선 대단한 복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