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Welcome to why?] 미국을 놀라게 한 게임 디자이너 이승택씨

조선일보
  • 이인묵 기자
    입력 2008.11.15 03:18 | 수정 2008.11.15 11:49

    "게임으로 창의적 인재 키울래요"

    한국인 게임 디자이너가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테마형 공립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의 게임 회사 '게임랩(GameLab)' 대표 이승택(36)씨다. 우리 중·고교에 해당하는 이 학교의 테마는 '게임'이다. 게임 만드는 걸 가르치는 게 아니라 게임하며 공부하고 게임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학교다.

    이 학교의 숙제는 컴퓨터 게임이다. 미국판 싸이월드인 '페이스 북'에 댓글 다는 게 토론이다. 수업은 휴대전화로 친구와 수다 떠는 것이다. 부모 속 썩이는 게임광(狂)의 낙원일 법한 '게임 학교'가 가능할까. 게임박람회 '지스타'에 연사로 초청돼 서울에 온 이씨를 12일 만났다.

    "게임은 '규칙(rule)'과 '놀이(play)'로 이뤄져 있어요. 규칙은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이고 놀이는 '마음대로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하는 사람은 게임을 놀이로만 느껴요. 규칙을 제한으로 느끼지 않는 것이죠. 게임 디자인이 바로 규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듭니다."
    이인묵 기자 게임 디자이너 이승택씨가‘놀이연구소(Institute of play)’를 설명하고 있다. 놀이연구소는 이씨의 회사 게임랩의 부설 비영리 기관으로, 게임을 통 해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곳이다
    이씨는 한국에서 고교를 다닐 때 '문제아'였다. 친구들과는 잘 어울렸지만 공부는 하지 않았다. 그는 오직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 한국의 고교에 적응하지 못했다. '규칙'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그는 1990년 영어 한 마디도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미국 유학을 떠났다. "디자인을 하고 싶었는데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성적이었거든요. 무작정 떠났지요. 미국에 도착해서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게 되자 갑자기 공부가 되더라고요."

    규칙을 받아들이자 그는 다른 사람이 됐다. 롱 아일랜드대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다 보니 어느새 그는 학년에서 1등이 돼 있었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1993년 뉴욕대 컴퓨터예술 전공으로 편입했다.

    "디자인은 알았지만 컴퓨터를 전혀 몰랐어요. 학기 끝나고 방학 석 달 내내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학교 컴퓨터실에서 살았죠. 배우는 게 재미있었거든요. 그 다음 학기에서는 제가 다른 학생들을 가르칠 실력이 되더군요."

    한번 공부를 시작하자 멈추지 않았다. 1995년 학교를 졸업하고 타임지(紙) 온라인팀에 입사했지만 이듬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양방향 원격소통(interactive telecommunication)'을 전공하면서 컴퓨터 게임 디자인에 빠져들었다. 1999년 친구와 둘이 만든 게임이 작은 성공을 거두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게임 디자인에 뛰어들었다. 2000년 그는 친구와 회사를 차렸다.

    그의 회사는 뉴욕 맨해튼에 있다. "보통 게임회사들은 실리콘밸리 근처에 많죠. 그 쪽에 기술자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거기서는 기존 게임과 비슷한 것밖에 만들 수가 없어요. 뉴욕은 가장 세계적인 곳이고 온갖 인종과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곳이에요. 그게 뉴욕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자신만만한 선택이었지만, 1년 후 그의 사무실 바로 옆 블록에서 건물이 무너졌다. 9·11이었다. "두 달 동안 사무실에 못 갔어요. 출근하고도 7개월 동안 전화랑 인터넷이 안됐고요. 서울 같았으면 무선으로라도 했을 텐데 미국은 시설이 열악해 꼼짝없이 CD를 들고 집이랑 사무실을 오갔죠."

    대박이 터진 것은 4년 후다. 2004년 발표한 게임 '다이너 대시(Diner dash)'는 매출 300억원을 넘겼다. 화려한 그래픽도, 복잡한 스토리도 없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열광했다. 겉은 단순했지만 게임 속 규칙이 정교하게 짜였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와 CNN은 이 게임의 성공을 분석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4년이 지난 올해 이씨는 다시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올 9월 "게임이 교실 속 교육과정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라는 기사로 그의 '게임 학교'에 대해서 보도했다. 신문은 학교에 게임을 도입하는 게 학생들의 성적과 창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씨가 말하는 학교 모습은 게임 속과 같았다. 과목별 성적에 따라 '레벨'을 부여한다. 레벨이 높아지면 학교 안에서 그 과목에 대해 더 많은 자유를 갖는다. 화학 과목에서 레벨이 높아지면 실험실을 밤늦게까지 쓰고 시약(試藥)도 마음껏 쓰는 식이다. 게임과 인터넷을 직접 도입한 수업도 있다. 게임과 인터넷이 대화처럼 기본적인 대화 수단이 됐기 때문에 이를 통한 의사 소통 방식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교육 효과에 대해선 2006년부터 회사 부설 '놀이 연구소(Institute of play)'와 위스콘신대가 함께 연구했다. 뉴욕시의 학생들도 실험에 참가해 효과를 검증했다고 한다. 여태까지의 연구 결과는 긍정적이다.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도 공교육에 대한 위기감이 심각해요. 지금처럼 암기식으로 교육해서는 인도나 중국에서 공부한 사람들과 차이가 없을 거라는 거죠. 게임을 도입하는 것은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독창적인 인재를 키우기 위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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