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아줌마 공무원들은 계속 호주(戶主)시대에 살란 말인가요?"
여성 공무원 사회가 시끌하다. 행정안전부가 일부 개정,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입법예고한 '공직자 윤리법'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에 새로 포함되는 4급 이상 기혼 여성 공무원들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재산'을 신고한다. 지금처럼 시부모 재산을 신고하는 게 아닌, 자신의 친정부모 재산을 신고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현재의 4급 이상 여성 공무원들은 종전대로 시부모 재산을 계속 신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슨 상관이냐 싶지만, 이는 법 개정의 근본 취지를 거스른다는 점에서 여성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애초 공직자 윤리법(제4조 제1항)이 개정 대상이 된 것은 호주제가 폐지되고 이를 대신할 '가족관계등록법'이 제정되면서다. 호적과 달리 새로운 가족관계등록부에서는 자신의 친정 부모를 '부모'로 기재하는 만큼, 공직자의 재산 신고도 자신의 직계존속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성(性)평등적이고 새로운 법 체계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유독 기존 4급 이상 여성 공무원들은 예외일까? 행안부는 "호주제가 폐지됐어도 결혼한 여자는 시댁과 가깝다" "젊은 여성들은 몰라도 나이든 여성들은 시댁 의존도가 크다" "행정비용 절감" 등 현실론을 펼친다. 하지만 내년에 4급이 되어 신규등록자가 되는 45세 여성 공무원과 현재 4급인 35세 여성공무원 사이의 세대 차는 어떻게 설명할 건가. 재산등록 의무가 있는 남녀 공무원 16만여명 중 개정안 때문에 서류를 바꿔야 할 공무원은 8000여명뿐이라 막대한 행정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다.
한 여성 공무원은 혀를 찼다. "서류 바꿔 재등록하려면 우리도 솔직히 귀찮다. 하지만 번거롭다고 국민 합의 아래 만든 법의 정신을 거스르라는 건 이해가 안 된다. 그것도 공무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