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자전거도로를 연장하면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행정안전부 추산에 따르면, 전국 자전거도로 총 연장은 1999년 4206㎞에서 2003년 7150㎞로 늘더니 2007년 9170㎞가 됐다. 자전거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고 증가 추세는 이보다 가파르다. 최근 7년 새 3배 넘게 늘었다. 사고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자전거도로에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 보행자가 뒤섞여 있어서다. 하지만 사고에 대비한 자전거보험은 찾기 어려워 대책이 시급하다.
◆자전거 사고 증가 추세
최근 서울 한강변 자전거도로에선 자전거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달 24일 김모(28)씨가 원효대교 밑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던 중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하다 옆에 있던 벤치에 부딪혀 쓰러졌다. 다리를 다친 김씨는 응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틀 후 26일엔 천호대교 남단 주차장 옆 도로에서 강모(39)씨가 자전거를 타다 산책객 윤모(47)씨를 뒤에서 들이받아 머리와 어깨에 부상을 입혔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집계한 한강변 자전거도로 사고는 매년 급증 추세다. 2006년 86건이던 것이 2007년 194건으로 늘었다. 올해엔 9월 말까지 193건 발생, 작년 건수를 훨씬 앞지를 전망이다. 한강사업본부에 신고되지 않은 사고까지 합치면 올해 사고는 최소한 300건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 자전거 사고 발생건수도 수직 상승세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자전거사고 사망자 수는 2000년 38명이던 것이 2007년엔 69명으로 7년 사이 약 2배 늘었다. 부상자 수 역시 2000년 390명에서 2007년 1408명으로 3.5배 증가했다. 보험개발원 지연구 특종보험팀장은 "최근 유류가격 상승 후 자전거를 통근용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져 사고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차라리 자동차 사고가 낫다
이처럼 사고가 많은데도 이를 위한 보험은 찾기 어렵다. 그나마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시민들을 위해 자전거보험을 들어주는 경우가 있지만, 보장 범위는 부족한 실정이다. 경남 창원시는 LIG손해보험과 계약을 맺고 지난 9월 22일 이후 창원시민이 자전거를 타다 다치거나 다치게 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전시도 이와 거의 같은 조건의 자전거보험을 내년 1월 1일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사망하거나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경우에도 보험금이 최고 2900만원에 불과하다. 또 그 지자체 시민이 아니면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 LIG손해보험 법인영업부 박희순 과장은 "보험료가 적은 만큼 보장 범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형사처벌이 면책되는 것이 아니라 2000만원 한도에서 벌금으로 낸 돈만큼 보상해주는 조건이다. 자동차의 경우 종합보험에 들면 중대과실 외에는 일단 합의한 것으로 간주하지만, 자전거는 대인사고가 나면 무조건 합의해야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전거 애호가들에게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자전거동호회 '자전거사랑전국연합회' 송하성 회장은 "주행하다 산책객과 충돌하면 무조건 자전거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수백만원의 치료비를 물어준 회원들은 '차라리 자동차 사고를 당하는 게 낫다'는 푸념을 한다"고 말했다.
◆적정 보험료 산정이 관건
이에 대해 현재 보험업계에선 적정한 보험료만 받으면 제대로 된 자전거보험을 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LIG손해보험 박 과장은 "12월에 보험개발원이 자전거 사고 발생 위험률을 발표하면 적정한 보험료를 정할 수 있게 된다"며 "이후 개인을 위한 자전거종합보험 판매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삼성화재가 '자전거종합보험'을 판매했다가 5년 만에 중단한 이유도 보험료로 받는 돈보다 보험금으로 나가는 돈이 5배였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화재는 연간 보험료 2만5000원을 받고, 다쳤을 경우와 자전거 도난 등에 최고 1억원까지 보험금을 지급했다. 현재 메드인이라는 의료배상 관련 보험회사에선 1년 보험료 16만원에 1억원까지 보장하는 자전거종합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자전거보험을 민간 손해보험회사에 맡길 게 아니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전거21 권현철 상임연구원은 "서유럽의 경우 자전거보험이 사회보험 성격이 강해 국가가 보험료를 보조하고 있다"며 "자전거 이용자는 적은 보험료를 내면서도 사고에 대해선 확실한 보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우리 자동차보험처럼 자전거 책임보험으로 형사처벌이 면책된다. 두 국가에선 우리 돈으로 1년에 약 3만원 정도를 납부하면 사고시 2억~3억원까지 보험금을 탈 수 있다. 스위스는 더 나아가 자전거 등록과 보험가입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