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의존 한국, 당분간 고통 겪을것"

    입력 : 2008.11.01 03:05

    ● 한국 외환위기 연구 아이켄그린 교수
    "외신의 위기보도 과장… 10년前과는 달라"

    "한국에 대한 외신 보도는 매우 과장됐습니다."

    1997~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자문위원으로 근무하면서 한국의 외환위기를 연구했던 미 버클리대학의 배리 아이켄그린(Eichengreen·사진) 교수는 30일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국 경제는 지난 10년간 엄청난 체질 개선을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1930년대 대공황을 다룬 '금의 족쇄(The Golden Fetters)'의 저자로, 미국에서 벤 버냉키(Bernanke)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함께 손꼽히는 대공황 전문가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한국을 위험하다고 보도하는데.

    "매우 과장됐다. 현재 한국의 문제는 아주 특수한 것이다. 은행의 해외 차입금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해외 차입이 갑자기 막히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 상황은 10년 전과는 크게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신들이 자꾸 위험하다고 보도하는 이유는.

    "은행의 해외 차입금과 기업들의 과잉 헤지(위험 분산) 때문이다. FT의 보도는 금융가에서 도는 이야기를 쓴 것이다. 한국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올라간 것은 일부 투기세력들이 한국의 취약점을 보고 돈을 벌려고 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모든 게 과장됐다."

    ―외신들이 위험하다고 하니까 국내에서도 불안해 한다.

    "한국은 그동안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등 많은 부분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다. 만약 한국이 그때 개혁하지 않았더라면, 이번 금융 위기에서 더 큰 재앙을 맞았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 국민들은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아이슬란드·헝가리·우크라이나와는 달리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한국 경제 불신 파동이 시사하는 교훈은.

    "한국 금융 당국은 은행의 해외 차입에 대해 더욱 더 철저한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 기업들의 외환 헤지에도 문제가 있었다. 환율 오를까 봐 헤지 했는데, 환율은 오를 때도 있지만 떨어지기도 한다. 즉, 외환 헤지는 양방향이다. 기업들은 환율이 한쪽 방향으로만 가지 않는다는 걸 주지(周知)해야 한다."

    ―향후 한국 경제 전망은.

    "한국은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체제여서 당분간 고통을 겪을 것이다. 한국이라고 해서 글로벌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공황은 오는가.

    "정책 입안자들이 과거 대공황의 교훈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대공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

    ―이번 위기로 미국의 금융 패권은 끝나나.

    "미국 금융 시장이 망가졌지만 돈이 어디로 몰리는지를 보라. 당분간 (미국의 패권은) 지속될 것이다."

    ―G20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은.

    "이제부터는 세계 단일 통화라든가 세계 금융 규제 당국 설립 등 새로운 금융 체제 설립에 대한 활발한 토의가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시작에 불과하다. 세계금융시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개혁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뒤, 후속 조치들을 논의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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