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람사르 등록습지 ③ 순천만] 갯벌 22㎢·갈대밭 2.3㎢ '국내 최대 연안습지'

입력 2008.10.29 03:28 | 수정 2008.10.29 09:15

한국의 람사르 등록습지 ③ 순천만
짱뚱어·농게 등 갯벌동물 '천국' 천연기념물 등 새 220종 살아
주말 하루 2만5000명 몰려 작년에만 180만명 다녀가

26일 세계 5대 연안습지 전남 '순천만'. 여름철 짙은 녹색 물결을 쳤던 갈대밭은 어느덧 씨앗 뭉치부터 누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순천만은 우리나라 최대 갈대 군락지로, 순천 시내를 관통하는 동천과 순천 상사면에서 흘러 온 이사천의 합류지점부터 하구에 이르는 4㎞ 물길 양쪽이 모두 갈대밭이다.

갈대밭은 새들의 긴요한 은신처이자 사냥터. 흰뺨검둥오리·백로·고니·도요새·맷새·황조롱이 등 야생 조류가 갈대밭 갯벌에서 먹이를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농게·방게·칠게·짱뚱어 녀석들은 들킬까 봐 재빨리 몸을 숨기기에 바빴다. 하지만 매년 10월 20일쯤 도래하는 천연 기념물 흑두루미는 기후 변화로 아직 찾아오지 않고 있다.

하구 갈대탐방로에서 30분 떨어진 순천시 해룡면 선학리 용산전망대에 오르면 순천만이 한 눈에 들어온다. 탐방객 40여 명은 눈 앞에 펼쳐진 비경에 "가슴이 탁 트인다"며 감탄했다. 남해를 향해 굽이쳐 흐르는 순천만의 'S'자 곡선 수로, 붉은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칠면초 군락지, 크고 작은 동그란 모양의 갈대밭은 그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다.
순천만을 찾은 관광객들이 탐방로를 통해 갯벌과 갈대숲을 둘러보고 있다. 순천만에는 매년 겨울이면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와 노랑부리저어새·검은머리갈매기·민물도요·큰고니·혹부리오리 등 물새들이 월동한다. 봄과 가을에는 저어새·노랑부리백로·도요·물떼새 등이 중간 기착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김주현(여·57·경기도 성남시)씨는 "대학 졸업 동기생들과 처음 순천만을 찾았는데 광활한 갯벌을 보니 속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온 하재웅(41·부산 사하구)씨는 "부산 해운대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색다른 자연의 신비로움에 숙연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승옥 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이기도 한 순천만은 국내 최대 연안습지.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드넓은 갯벌, 갈대밭, 염습지는 동·식물의 보고다. 40㎞ 해안선에 둘러싸인 갯벌 면적은 22.2㎢(670만평)에 달한다. 이 가운데 순천 교량동·대대동, 해룡면 중흥리·해창리·선학리에 걸친 갈대밭만 2.3㎢(70만평). 갯벌에는 불그스레한 칠면초·퉁퉁마디·갯길경 등 염색식물 200여 종과 방게·칠게·농게·참꼬막·맛조개·짱뚱어·갯지렁이 등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살고 있다.

은신처와 먹이가 풍부해 순천만에는 천연기념물 19종을 포함, 220여 종의 새들이 월동·서식하고 있다. 매년 겨울이면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와 노랑부리저어새·검은머리갈매기·민물도요·큰고니·혹부리오리 등 물새들이 월동한다. 봄과 가을에는 저어새·노랑부리백로·도요·물떼새 등이 중간 기착하고 있다. 대표적 희귀 조류로 겨울 철새의 진객인 흑두루미는 전세계 1만 마리 중 작년 270여 마리가 순천만을 다녀갔다.
석양이 지고 있는 순천만의‘S’자 곡선 수로(왼쪽)와 순천만의 흑두루미. /순천시 제공
순천만은 2003년 12월 국내 연안습지로는 무안·진도 갯벌에 이어 세 번째로 '연안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2006년 1월에는 국내 연안습지 중 처음 람사르 협약에 등록돼 국제적으로 보존 가치를 인정받았다.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 채희영 센터장은 "순천만은 국내 연안습지 중 최남단에 위치한 데다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지리생태학적으로 보존 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 덕에 순천만에는 관광객과 사진작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순천시가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보전 정책을 펴면서 불과 4년 전 10만 명에 그쳤던 탐방객이 작년 180만 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요즘엔 주말 하루에만 2만5000여 명이 몰릴 정도. 올해 누적 탐방객은 지난 23일 현재 121만 명. 10~12월에 관광객이 집중되므로 올해 총 누적 탐방객은 200만 명으로 예상된다.
28일부터는 8일 일정으로 순천만 일대에서 순천시 주최의 갈대 축제가 열리고 있다. 자연생태관, 천문대, 갈대숲 탐방로(1.2㎞), 용산 전망대, 야생화 정원, 갯벌 관찰대를 둘러볼 수 있다. 탐조선(40분 소요)을 타면 3.7㎞ 'S'자 물길을 따라 가까이서 갈대군락과 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호남·남해고속도로 순천IC→2번 국도→팔마체육관 사거리→청암대를 거치면 된다. 서울에서 약 4시간20분 소요. 내비게이션에는 '전남 순천시 대대동 162-2' 주소를 입력하면 된다.

순천시 관광정책과 최덕림 과장은 "람사르 총회 공식 방문지인 순천만을 탐방할 신청자를 2000여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모집한 결과, 가장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 해룡면 순천만에 가을이 왔다. 람사르총회를 앞두고 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8일 개막한 갈대축제에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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