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홍보해 줄테니 돈 달라고? 일부 인터넷 동호회 너무해!

조선일보
  • 송혜진 기자
    입력 2008.10.26 23:19 | 수정 2008.10.27 03:04

    공짜로 식당 빌려 시음회 해외여행 요구하기도
    가전·화장품업체, 맛집 등 '동호회 모시기' 스트레스

    "말만 동호회이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아요." 한 기업체 홍보담당자는 요즘 '인터넷 동호회 모시기'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털어놨다.

    각종 가전제품·화장품 등 소비재, 맛집· 여행 등 서비스 업종을 홍보하는 데 네티즌들의 입소문이 중요해지면서 몇몇 '파워 블로거'들이 권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제품 홍보 이벤트를 해주는 대신 돈을 요구하거나, 식당에서 무작정 가격을 깎아달라고 우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업체에게 "제품을 홍보해줄 테니 여름 해외여행 경비를 내놓으라"고 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자도 있다. '아마추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인터넷을 무기로 활동하는 새로운 '사이비'의 권력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화장품 품평으로 유명한 D모 커뮤니티. 이 커뮤니티의 운영자는 기업들에게 회당 50만원의 돈을 받고 소위 '제품 품평 테스트'를 한다. A 외국계 화장품 회사 홍보담당자 이모씨는 "지난 7월 새로 출시된 마스카라를 홍보하기 위해 '제품을 무료로 회원들에게 나눠주고 사용 소감을 듣고 싶다'고 했더니 운영자가 '샘플을 카페 회원들에게 나눠주고 후기를 받으려면 운영비 50만원을 내야 한다'고 하더라"며 "솔직한 고객 의견을 듣고 싶어서 화장품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했는데도 돈을 내라고 해서 당황했다. 말만 인터넷 동호회지 영리추구는 기업을 뺨치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동호회 회원들조차 운영자가 이처럼 기업들에게 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 이 커뮤니티의 동호회 회원 김나래씨는 "순수한 품평 사이트라고 생각해서 가입했었는데, 친한 업체관계자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듣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 와인 바. 매니저 김모씨는 "와인 동호회라면 지긋지긋하다"고 했다. 얼마 전 유명 와인 동호회 회원 20여 명이 몰려와 식사나 안주를 주문하지 않은 것은 물론 테이블당 2만원씩 받는 '코르크 차지(cork charge· 가져온 와인을 마실 때 식당측에 지불하는 서비스 비용)'도 내지 않고 30여 병의 와인을 들고 와서 마시고 가버렸다. 식당 전체를 반나절 동안이나 무료로 빌려 쓴 셈이다. 김씨는 "회원들이 '돈을 낼 수 없다'고 버티면서 '저희 동호회 유명한 것 아시죠?'라고 되묻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성수동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김은호(46)씨는 지난 8월부터 가게에 '사진촬영 금지'라는 푯말을 써 붙여 놓았다. 인터넷에 평가를 올리겠다면서 음식 사진을 찍고는 주문한 5만원짜리 세트메뉴 음식을 7만원 세트로 바꿔서 내오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 그는 "그런 요구까지 들어주면서 장사할 생각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칼럼니스트'라는 직함을 달고 활동하는 일부 유명 블로거들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속수무책으로 들어줘야 하는 업체들도 많다. 미국에서 유기농 화장품을 수입하는 정모씨는 "본사를 탐방한 후 제품 홍보 칼럼을 써줄 테니 뉴욕행 비행기표를 끊어달라는 한 인기 블로거의 요구를 들어준 적이 있다"고 했다. "그 사람이 우리 제품이 좋다고 인터넷에 글을 쓰면 하루에 추가주문이 100개 넘게 들어오는데, 어떻게 거절을 하겠느냐"는 게 정씨의 말이다.

    육아제품 커뮤니티, 패스트푸드 평가 동호회, 가족여행 동호회 같은 각종 동호회에서도 이 같은 '횡포'가 비일비재하다.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쿠폰이나 샘플을 무료로 나눠주는 이벤트를 벌이는 조건으로 업체에 1회당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의 돈을 요구하는 식이다. 한 홍보담당자는 "이들의 입김이 무서워서 돈을 내긴 하지만,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는 카페 운영자만 알 뿐이고 회원들조차 이 사실을 모른다는 게 때론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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