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인터넷 '낚시걸이'의 피해자들

입력 2008.10.22 23:20 | 수정 2008.10.27 13:04

조회수 올려 광고주 협박
멍석 깐 포털은 '나몰라라'

이광회 인터넷 뉴스부장
인터넷 업계의 은어(隱語) 중에 '낚시걸이'와 '대문(大門)걸이'란 말이 있다. 낚시걸이는 내용 없는 엉터리 기사일지라도 포털의 인기 검색어를 담아 기사를 만들면 네티즌들을 낚을 수 있다는 뜻이다. 낚시걸이 기사가 포털의 대문, 즉 뉴스 헤드라인에 걸려 이른바 '대문걸이' 수혜자라도 됐다치면 해당 사이트는 단박에 수십만 네티즌들을 빨아들일 수 있다. 무명(無名)의 사이트 입장에서 분명 대박이다 보니 '대문걸이'를 목표로 한 '낚시걸이'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생길밖에. 수많은 신생 인터넷 매체들의 숙주(宿主)가 인터넷 포털인 셈이다.

포털 안에서 모든 기사는 철저하게 '등가(等價)의 원칙'이 적용된다. 권위 있는 매체의 정제된 기사나 무명 사이트의 엉터리 기사가 뒤섞여 어떤 기사든 하나의 보통 기사일 뿐이다. 이렇다 보니 포털이 주도하는 인터넷 뉴스 세상에서 '소수(少數)의 정확하고 심층적인 기사'는 뒤로 밀려나고 '부정확하지만 그럴 듯한 다수(多數)의 엉터리 기사'들이 앞자리를 차지하게 마련이다.

막강한 숙주에 기댄 엉터리 매체들이 이렇듯 양산되다 보니 피해자가 넘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 모(某) 대그룹 임원 얘기다. "황당한 전화를 많이 받아요. '나 XX사이트 대표인데, 우리 사이트가 국내 500위 안에 진입했다. 대단한 것 아닌가. 선물 하나 줘야 하지 않겠나'…." 여기서 선물은 '광고'를 의미한다. "직원 한두 명 두고 낚시걸이 하는 엉터리 인터넷 사이트지만, 회사를 흠집 낸다 공갈치니 무시할 수도 없고…."

인터넷에서는 여론조사도 왜곡투성이다. 조선닷컴은 인터넷 여론조사를 하긴 하되 참고자료로만 제시할 뿐 별도 공표(公表)는 하지 않는다. 올해 벌어진 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조선닷컴은 지난 6월 하순 현 정부가 미국과 한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를 놓고 네티즌 의견을 묻는 설문을 진행했다. 그런데 한 포털의 어느 카페에서 일부 회원이 '조선닷컴에서 설문조사 중인데 우리 쪽 입장이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판을 뒤집자'는 지도방침을 띄웠고, 결국 결과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끝을 맺었다.

광고 쪽은 또 어떤가. 최근 광고수익을 올리기 위한 포털의 클릭 수 조작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인터넷 광고는 광고주가 미리 돈을 내고 이용자의 클릭 횟수에 따라 광고비를 차감하는 종량제 방식이 주류다. 그런데 자동접속프로그램 하나면 해당 광고의 클릭수가 부쩍 늘게 되고, 마치 엄청난 소비자들이 해당광고에 접속하는 것처럼 왜곡 조작할 수 있다. 광고주 입장에서 보면 효과는 못 보고 돈만 날리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인터넷 공간은 곳곳에서 심각한 신뢰의 위기 상태를 맞고 있다. 심각한 것은 신뢰의 위기에 처한 포털들이 결자해지(結者解之) 노력을 전혀 안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6대 포털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인터넷 시장의 독점적인 비즈니스 파워 때문일까.

포털이 빚어낸 신뢰의 위기는 국민들과 기업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국민들은 사이비 인터넷 매체들이 쏟아낸 4~5급수 오염 정보를 무대책으로 받아 마신다. 기업들은 "사이비 언론을 먹여 살리는 포털 때문에 부담하는 비용이 너무 많다"고 아우성친다.

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이 벌을 받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세상 이치다. 그런데 사고 친 당사자는 오불관언이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떠안고 있으니…. 참 희한한 세상이다. 법을 더욱더 강제하든지, 포털 정화(淨化)를 목표로 국민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해결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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