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여자'로 다가온 신윤복에 왜 열광할까

조선일보
  • 신정선 기자
    입력 2008.10.18 05:46 | 수정 2008.10.19 17:16

    간송미술관 '미인도'에 수만 인파
    비운의 천재화가에 현대인들 환호
    역사기록 적어 풍부한 상상력 자극

    한국 고미술의 보고(寶庫)인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은 몰려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조선 서화(書畵)의 걸작 104점이 나온 '보화각 설립 70주년 기념전' 개막 이틀째인 13일, 관람객의 긴 줄은 유독 한 작품 앞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고있는 작품은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1758~?)의 '미인도'.

    최완수(66) 간송미술관 연구실장은 "미인도는 예전에도 여러 번 나왔는데, 이렇게 많은 관람객이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미인도의 인기를 타고 개막 당일에만도 2만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250년 전 태어난 신윤복이 최근 들어 크게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윤복 열풍'은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동명 원작 소설이 기폭제가 됐다. 신윤복이 남장 여자였다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소설 '바람의 화원'은 작년 8월 출간 이후 40만부가 팔렸다. 

    신윤복의 미인도 / 간송미술관 소장

     

    작가 이정명씨는 "신윤복 그림은 등장인물의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있어 개성을 중시하는 요즘 정서와 잘 들어맞는다"며 "제도권에 편입되지 못해 역사에 한두 줄 기록만 남긴 신윤복의 삶도 내적 갈등과 조직 생활에 지친 현대인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내달 13일 개봉하는 영화 '미인도'도 신윤복이 여자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영화를 기획한 이성훈 프로듀서는 "신윤복은 역사적 기록이 적어 상상력이 발휘될 부분이 많아 예술적 소재로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윤복은 어떤 화가였을까. 그에게는 신가권이라는 이름이 하나 더 있었다. 미인도 좌측을 보면 '신가권인(申可權引)'이라는 인장을 확인할 수 있다. 집안에는 대대로 화가의 피가 흘렀다. 증조부 신일흥, 종증조부 신세담이 도화서(圖畵署)에 소속된 화원(畵員)이었고, 남동생 윤도와 여동생 신씨도 화원 집안과 혼인했다.

    그의 생애에는 부친인 일재(逸齋) 신한평(申漢枰·1735?~1809?)이 남긴 영향이 적지 않았다. 가문의 영달을 위해 다른 화가의 딸인 신윤복을 아들 삼아 입양한 것으로 소설과 드라마에서 묘사된 신한평은 영조 때 어진(御眞·임금의 화상)과 의궤(儀軌·왕실 행사를 기록한 문서) 제작에 참여한 최고 수준의 화원이었다.

    그러나 정조는 신한평의 그림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정조 12년(1788)에는 그림을 잘못 그렸다는 이유로 귀양까지 간 기록이 있다. 신한평의 작품은 치밀하면서도 왕실풍의 장식성이 강했으나, 정조는 섬세하지만 먹색의 여운과 기상이 나타난 그림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조가 신윤복을 편애한 것으로 묘사하는 소설과 달리, 부친 때문에 정조가 신윤복을 폄하했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표암 강세황의 장서 '청구화사(靑丘畵史)'에는 신윤복이 '20대에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며 방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신윤복이 소설과 드라마에서처럼 도화서에서 일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이 펴낸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1928)'은 신윤복이 화원이었다고 명기했다. 그러나 이원복 국립전주박물관장은 각종 의궤에서 신윤복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신윤복이 화원으로 활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높게 본다. 최완수 실장도 "신한평이 75세까지 활동했기 때문에 '부자(父子)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상피(相避) 관행에 따라 신윤복은 도화서에 출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오후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박물관 '보화각' 설립 70주년 기념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조선시대 서화를 관람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최근 '바람의 화원'과 '미인도'로 재조명 받고 있는 신윤복의 그림이 전시돼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정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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