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몰린 매케인 '이유 있었네'

조선일보
  • 이용수 기자
    입력 2008.10.17 03:16

    금융위기서 허둥… 부시와 차별화 실패…
    페일린 활용 못해… 때를 놓친 흑색선전…

    이변은 없었다. 15일 마지막 대선후보 토론에서 공화당의 존 매케인(McCain) 후보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Obama) 후보에 크게 뒤진 지지율 격차를 좁히려 애썼지만 전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디서 잘못된 걸까. 중도 좌파 성향의 미 시사잡지 '뉴리퍼블릭' 인터넷판이 매케인의 패착 6가지를 분석했다.

    첫 번째 요인은 매케인의 정치적 변신이다. 매케인에게 '온건한 이단아'란 긍정적 평가가 어울렸던 것은 2000년 대선 직후까지였다. 공화당 경선에서 조지 W 부시(Bush) 당시 텍사스 주지사와 맞붙으며 공화당의 기성 가치에 도전한 점과 평소 초당적 입법활동을 편 점이 전국 무대에서 인정받았다. 하지만 2001년 9·11 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의 안보 사상에 '귀의'하면서부터 이단아 이미지는 흐려졌다. 이 변신이 올해 당내 경선에선 통했지만 대선에선 불리하게 작용했다.

    두 번째 패인은 보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언론의 혹독한 검증 공세를 이기고 전당대회에서 화려하게 데뷔한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Palin)은 매케인에게 하늘에서 떨어진 보배였다. 하지만 매케인은 아직 전국무대 경험이 일천한 페일린을 양대 공중파 방송에 덜컥 출연시켰고 결국 유권자들의 야유를 자초했다.
    15일 미 뉴욕주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열린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왼쪽)가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의 발언을 듣고 있다. /AP뉴시스
    세 번째, 애당초 안정적인 러닝메이트를 택하는 게 나았다. 톰 리지(Ridge) 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나 조지프 리버먼(Lieberman) 상원의원처럼 관록도 있고 초당적 정치인이란 평을 듣는 인사들은 매케인의 '이단아' 이미지를 부각시켰을 것이다.

    네 번째, 부시 대통령과의 차별화 실패도 매케인의 발목을 잡았다. 매케인은 줄곧 공화당 주류와는 다른 '이단아'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빈약했고, 경제 문제에 있어선 최소한의 차별화 노력도 없었다. "매케인이 집권하면 부시 행정부 제3기가 열리는 셈"이라는 오바마의 논리가 먹혀들 수밖에 없었다.

    다섯 번째, 금융위기 정국에서 허둥댔다. 사태 초반엔 "미국 경제는 기초가 튼튼하다"고 해 "경제 문제에 어둡다"는 세간의 평가를 자인한 결과를 낳았다.

    여섯 번째, 적기(適期)를 놓친 흑색선전도 문제다. 매케인은 금융위기로 다급해진 상황이 돼서야 1970년대 극좌파 활동을 편 빌 에이어스(Ayers)와 오바마의 연관성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이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억지에 가까운 인신공격이기도 했거니와, 금융위기가 극에 달한 비상시국에 뜬금없는 소리란 비판이 거셌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당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언하긴 이르다. 투표일까지 아직 3주가량 남은 데다 백인 유권자들이 흑인 후보를 지지하다가도 막상 투표장에선 백인 후보 쪽으로 마음을 바꾼다는 '브래들리 효과'가 막판 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