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자회사인 남부발전과 서부발전, 한국원자력원료의 사장과 감사, 본부장들까지 해외출장 갈 때마다 항공기 1등석, 이른바 퍼스트클래스를 탔다고 한다. 해외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코트라 임원들도 올해 6번이나 1등석을 탔다. 석유공사, 광업진흥공사를 비롯한 지식경제부 산하 30개 공기업 임원들도 사규(社規)까지 어겨가면서 1등석 여행을 고집했다.
행정안전부 예규에 장관 이상은 1등석, 차관 이하 3급까지는 비즈니스석을 타게 돼있다. 공무원임용령에 공기업 임원은 3급 공무원 직급으로 분류되고, 규모가 큰 공기업 사장도 보통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비즈니스석을 타야 할 공기업 임원들이 급을 올려 장관 이상이 타는 1등석을 타온 것이다.
인천발 뉴욕행 항공편 1등석 왕복 요금은 977만원이다. 보통 181만원인 일반석(이코노미)의 5.4배다. 좌석 간격이 일반석 86㎝의 2.4배인 208㎝이고 180도 눕혀지는 침대형 칸막이 좌석에서 전용 승무원 서비스를 받는다. 그래서 '하늘의 스위트룸'이라고 불린다. 철갑상어알, 바닷가재 같은 최고급 요리를 골라 먹을 수 있고 '돔 페리뇽' 샴페인이나 '조니워커 블루' 위스키 같은 최고급 술도 공짜다. 작년 대한항공을 이용한 1000만명 중 1등석 승객은 0.7%밖에 안 됐다. 보통 국민들 중엔 인천~뉴욕 왕복 604만원 하는 비즈니스석이라도 평생 한 번 타보는 게 소원이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공기업 사장들 평균 연봉은 2억2000만원이다. 월급으로 하면 2000만원꼴이다. 그런 그들도 제 돈으로 여행하라면 1등석을 타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내 돈 쓰는 게 아니라 국민 세금이니 보통석보다 5배 비싼 1등석을 서슴없이 타고 다닌 것이다. 1등석 대신 비즈니스석을 타고 뉴욕 출장을 갔다 오면 373만원을 절약할 수 있고, 그 돈이면 한창 일하는 젊은이 두 사람 월급을 줄 수가 있다. 임원들이 1등석을 타고 다닌 석유공사 같은 곳은 비축 기름 살 돈 433억원을 직원들 개인연금을 주는 데 썼다.
그 사람들이 국가에 무슨 대단한 공헌이라도 해서 공기업 임원 자리에 앉은 것도 아니다. 여당 공천에 탈락했다고 해서, 대선 캠프에 이름 걸어놨다고 해서, 권력 실세 누구랑 같은 고향,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해서 그 자리를 꿰찬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런 사람들이 국민 세금으로 세계를 돌며 흥청망청 잔치를 벌여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