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chosun] 배우 전노민? 김보연 남편? 아무려면 어때요!

입력 2008.10.04 15:01 | 수정 2008.10.05 11:01

"아내(배우 김보연) 덕 봤다는 말이요? 전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말 때문에 몇 배나 더 열심히 일하게 되니까요.”

화성에서 온 남자들은 자존심이 강해서 금성에서 온 여자들의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 한다고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전노민(42·본명 전재룡)씨는 화성에서 온 남자가 아닌가 보다. ‘전노민’이란 이름 앞에는 항상 ‘배우 김보연의 남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조강지처클럽’의 후속으로 방영될 SBS 주말드라마 ‘가문의 영광’에서 주연을 맡아 ‘배우 전노민’의 이름이 점점 커지고 있는 그를 지난 9월 30일 본사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브라운관에서 ‘착한 남자’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전씨는 10월 11일 첫 방송을 앞둔 드라마 ‘가문의 영광’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이번에도 역시 선하고 부드러운 역할이긴 합니다. MBC ‘최강칠우’의 민승국 역을 제외하고 비슷한 성격의 역할만 해왔기 때문에 다시 반복되는 것 같지만, 전처럼 바보같이 착하기만 한 역할은 아니에요. 가끔 폭발하는 장면도 나와요.”

드라마 ‘가문의 영광’은 종갓집 3남매의 이야기다. 전씨가 맡은 역할은 쌍둥이 형 하수영이다. 그는 동생 하태영(김성민)보다 10분 일찍 태어나 장남이 됐다. 종손이기 때문에 소풍날짜와 제삿날이 겹치면 가지 못하고 결혼도 20세에 집안에서 정해준 여인과 한다. 전씨는 현재4회까지 촬영을 마친 이 드라마와 함께 11월 방영 예정인 SBS창사 특집극 ‘압록강은 흐른다’에도 출연한다. “저는 ‘가문의 영광’ 때문에 출연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거절했는데요. 방송국 간부께서 집사람한테 직접 연락을 하셨어요. 집사람이 대본까지 받아와서 세 번 정도 출연하게 됐어요.” 

그는 ‘압록강은 흐른다’에서는 주인공 이미륵이 독일로 망명하는 것을 돕는 안봉근 역을 맡았다. 전씨는 자신이 두 개의 드라마를 동시에 촬영하는 일은 굉장히 드문 경우라고 한다. 하나의 작품을 시작하면 그 작품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한 시기에 여러 작품에 출연하면 모든 작품에서 캐릭터, 외모, 대사톤 등이 같아 보이더라고요. 그러면 시청자들도 싫어하실 것 같아요.”

지금은 안정된 연기 철학을 가진 전씨이지만, 그의 연기 데뷔는 30세가 넘어서 이뤄졌다. 20대 후반까지는 연기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대학(순천향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에는 증권회사에서 1년, 항공 관련 외국계 회사에서 8년간 일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친구네 집들이를 갔다가 거기서 광고 관계자 분을 만난 거예요. 그분이 ‘내일 광고 촬영할 배우가 갑자기 펑크를 냈다. 50만원을 줄 테니 출연해 달라’고 제안해서 처음 촬영을 해봤죠.”

첫 광고 출연이라 긴장을 많이 해서인지 전씨는 8시간 동안 촬영한 후 몸살이 나서 입원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1분40초짜리 공익광고 영상 덕분에 이후 광고 출연제의가 계속 들어왔다. “직장인이어서 주말로 스케줄을 잡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출연료로 200만원 이상을 제시하는 데도 있었죠. 회사에는 친척 분이 돌아가셨다는 거짓말을 하고 촬영장에 갔죠. 주중 촬영을 위해 6개월 이상 거짓말을 하다 보니 친인척 중에 안 돌아가신 분이 없게 됐어요. 그래서 고민을 했죠. ‘이렇게 바쁠 것 같으면 한번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뒀는데 그 다음부터는 거짓말처럼 광고 일이 하나도 안 들어왔다고 한다. “그때 불면증이 생겼어요. 다행히 3개월 정도 뒤부터 일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엄청나게 쏟아지더라고요. 인쇄, 방송 등 400편 정도를 찍은 것 같아요. 숫자로만 따지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찍었을 겁니다.”

연기자로서의 데뷔는 1998년 MBC 설 특집극 ‘강릉 가는 옛길’을 통해 이뤄졌다. 이후 전씨는  ‘나쁜 여자 착한 여자’ ‘전처가 옆방에 산다’ ‘사랑과 야망’ ‘최강칠우’ 등에 출연했고 영화 ‘써클’에도 등장했다.

배우 전노민을 이야기하면서 그의 9세 연상 아내 김보연(51·본명 김복순)씨를 빼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씨는 결혼과 함께 전재룡에서 전노민으로 이름을 바꿨고,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그는 연기자 선배, 협력자로서 ‘김보연’이 최고의 아내라고 한다. 5년 동안 살면서 한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이들 부부는 아직도 신혼처럼 모닝키스를 한다.

이렇게 금실 좋은 부부지만 결혼 날짜는 본인들이 아닌 언론에서 정해줬다고 한다. “2004년 스포츠 신문 1면에 열애나 연애도 아닌 ‘5월 결혼’기사가 난 거예요. 저희는 서로 ‘내년 봄쯤 결혼하면 어떨까?’라고 이야기해 놓은 상태였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가 안 된 상태였지만 기사가 난 김에 서둘러서 결혼했죠.”

전씨와 김씨는 2002년 ‘얼음꽃’이라는 SBS 아침드라마를 통해 처음 만났다. 당시 김씨는 인기배우이자 선배였기 때문에 간단한 대화도 나누기 힘들었다고 한다. “너무나 어려운 선배여서 쉽게 말을 걸 수 없었어요. 첫 작품을 함께 할 때는 인사만 가볍게 한 게 전부였어요. 그리고 8개월쯤 뒤에 MBC의 다른 드라마로 다시 만났죠. 그런데 대본 연습 때 갑자기 이야기 보따리가 터진 거예요. 집사람이 차를 태워줬고 밥 먹을 때도 옆자리에 앉게 했어요.” 

연상연하 커플 인데다가 김씨가 새벽에 전씨를 불러내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첫 키스도 김씨가 먼저 했다는 일화들 때문에 그는 ‘기가 센 부인한테 잡혀 산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라고 한다. “아내는 굉장히 여성스러운 사람입니다. 그리고 항상 저를 띄워주려고 노력하죠. 중요한 일은 제게 결정권을 줘요. 제 의견을 존중하죠.”

이들에게는 현재 세 명의 딸이 있다. 첫째는 지금 미국 뉴욕 시라큐스대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하고 있고, 둘째는 김씨의 친정이 있는 LA, 셋째는 전씨의 누나가 사는 시카고에서 생활하고 있다.

전씨는 첫째와 둘째는 김씨의 딸이고, 셋째는 자신의 딸이지만 이제는 모두 자신의 딸이라고 했다. 이처럼 가정사까지 솔직하게 털어놓는 전씨는 ‘김보연 후광효과를 입었다’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도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런 말들을 부정하진 않아요. 굳이 기분 나빠할 필요도 없고요. 김보연이란 이름 때문에 제가 데뷔 초기에 유명세를 탄 것은 사실이고요. 하지만 아무리 아내가 도와줘도 제가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그 역할을 해낼 수는 없잖아요. 제가 잘못하면 아내가 함께 피해를 보니까 더욱 부담을 갖고 연기에 임하죠. 아내가 ‘김보연’이란 스타배우이기에 더욱 열심히 연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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