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기준이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주택에서 내년에 9억원 이상 주택으로 바뀐다. 세율도 1~3%에서 0.5~1%로 낮아진다. 사업용 부동산의 종부세 과세기준도 40억원에서 80억원으로 높아지고, 세율은 0.6~1.6%에서 0.5~0.7%로 낮아진다. 60세 이상 고령자는 종부세를 10~30%씩 감면(減免)받는다. 23일 정부가 발표한 종부세 개편안의 주요 골자다.

정부안(案)대로 하면 주택 종부세 납세대상은 38만7000가구에서 16만1000가구로 줄고, 종부세를 내더라도 지금보다 60~90% 이상 세부담이 줄어든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종부세를 없애고 재산세에 흡수·통합시킨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 의원들도 "부자들만을 위한 감세(減稅)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종부세 개편에 대한 정치권의 이런 시비는 사태의 양면(兩面) 가운데 지나치게 한쪽 면만을 치우쳐 본 것이다. 종부세 납부자의 35%는 연간 소득이 4000만원이 안 된다. 소득이 별로 없는 연금소득자, 고령자들이 적지 않다. 오래 전부터 살던 집값이 갑자기 뛰는 바람에 종부세를 내게 됐을 뿐 부유층이라고 할 수는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쳐 소득의 46%를 보유세로 내야 한다. 여기다 다른 세금과 아파트 관리비까지 포함하면 이 사람들은 세금 내기 위해 빚을 질 것인가 아니면 집을 팔고 옮겨갈 것인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세금으로 국민을 이런 막다른 선택으로 몰고 가는 나라는 없다.

일부에선 선진국에 비해 우리 보유세 부담이 아직도 적은 편이라고 주장한다. 집값 대비 보유세 부담은 우리가 0.5%가 채 안 돼 미국의 1.5%, 일본·캐나다의 1%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소득은 훨씬 적은데 집값은 더 비싸, 실질적인 보유세 부담은 오히려 우리가 더 크다.

사회적 형평을 위해 고가 주택에 보유세를 무겁게 매겨야 한다는 것도 조세의 기본원칙에 맞지 않는 무리한 주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5월 '재산세는 지방정부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代價)이기 때문에 단일세율로 지방세로 걷는 게 바람직하다'고 우리 정부에 건의했다. 집값이 비싸다고 해서 세율을 높여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사회적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면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시키고 현재의 재산세 누진세율 0.15~0.5%를 약간 조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종부세는 집값이 비싼 곳에서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 일부를 '공공의 적(敵)'으로 몰아 '세금 폭탄'으로 처벌하겠다는 발상(發想)의 산물이다. 이런 발상의 주인공들은 얼마 전 경비행기가 축하 비행을 하는 가운데 열린 골프장 결혼식의 주례와 혼주(婚主)로서 등장해 자신들의 위선적(僞善的) 가치관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위헌(違憲) 소지가 많고, 과세원칙에도 어긋나는 잘못된 세금인 종부세는 폐지하고 그 대안(代案)을 찾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