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4년④ 르포] 집중단속에 상권 붕괴… 풍선효과는 여전

  • 뉴시스
    입력 2008.09.21 20:44

    "IMF 때보다 더 어려워요."

    지난 7월부터 동대문경찰서가 성매매 업소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는 장안동에서 14년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59·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성매매 단속이 시작되면서 주변 상권 쇠퇴로 인한 피해가 가시화된 것이다.

    단속 전에는 쉴 새없이 손님이 드나들어 회전율이 높았다는 그의 매장은 17일 저녁 텅 비어 있었다. 간간이 찾아오는 손님이 있었으나 1시간에 1~2팀 꼴이었다.
    그는 "올 들어 매달 최저 매출 기록을 경신, 지난달 적자로 돌아섰다. 성매매 단속 이후로는 매출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 같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장안동 거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B씨(62·여)는 "한 블록 사이에만 수십명이 들끓었던 삐끼(성매매업소 호객꾼)가 싹 사라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의 가게가 있는 건물만 해도 1층을 제외하고 지하, 지상 2~4층이 전부 안마시술소이다. 업종을 표시하지 않은 영문 간판만 내걸고 있는 이 업소들은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막아버린 창문들이 굳게 잠긴 채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B씨는 "안마텔 업주가 자비를 들여 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고 회상했다.

    성매매를 알선하지 않는 태국 전통 발마사지 업소의 엄모씨(37)는 "안마텔에 들렀다가 오는 손님이 많았는데 단속 이후 매출이 50% 줄었다"며 "다른 사업을 할 뾰족한 방법도 없어 우선 지출을 최대한 아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주민은 "겉으로는 (성매매) 영업이 중단된 것처럼 보이지만 뒤에서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인근 아파트단지 부녀회가 성매매 업소 퇴출을 종용했다"며 "결국 상권을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상권만 살릴 수 있다면 음식문화 거리 조성 등 제3의 대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안동에서 승용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청량리 588도 17일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곳에서 이른바 '삼촌' 역할을 하고 있는 C씨(37)는 "오늘 미아리 텍사스가 휴업인데도 30여곳 중 5곳 밖에 영업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지역은 재개발 계획에 따라 이미 철거가 진행 중인 곳이어서 '막장' 분위기가 역력했다.

    청량리 588과 천호동 텍사스는 균형발전촉진지구(뉴타운)으로 지정돼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철거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미아리 텍사스'로 불리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에는 최고 39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 9개동(1192가구)이 들어선다.

    성매매 산업 종사자들과 주변 상인들은 그러나 특정 지역에 대한 성매매 단속이 근본적인 성매매 근절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C씨는 "장안동 때문에 청량리에 올 손님도 강남 오피스텔이나 룸쌀롱, 방배동 호스트바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들도 장안동에서 강남이나 김포, 경기도 파주나 평택 등지로 이동했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이른바 한쪽을 단속하면 다른 쪽으로 성매매 인력이 흘러들어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성에 대한 인식 전환 등 근본적인 치유 없이는 단속 만으로 성매매를 뿌리뽑는 것이 힘들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이유다.

    소규모 무역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D씨(50)는 "해외 거래처 간부들이 방문할 때마다 성접대를 할 수밖에 없다"며 "장안동이 없어진다면 강남 오피스텔가, 휴게텔, 노래방 등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업무 과부하로 인한 치안 불안 등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경찰관은 "방범순찰대, 형사계,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계 인력을 매일 단속에 활용하다보니 다른 순찰 활동과 절도ㆍ강도사건 처리, 학교폭력ㆍ미성년자 실종 및 가정폭력 등을 담당할 인력이 부족해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중구 동대문경찰서장이 처음 단속 계획을 발표했을 때 내부에서도 호응이 적극적이지 않았다.

    장안동 단속에 대한 이 지역 주민과 네티즌, 시민단체들의 지지와 응원만큼이나 회의론도 강했다. 인터넷에서는 "이제 경기도가 들썩이겠다"며 "퇴폐업소 단속을 서울 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뿌리뽑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일부 주민들이 표출하는 경찰에 대한 불신 역시 뿌리깊었다.

    청량리시장에서 20여년간 청과물 장사를 해온 장모씨(47)는 "경찰이 성매매 업소를 단속한다고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경찰도 부패했다"며 "이중구 서장이 부임 후 뇌물 수수 직원들에게 알아서 몸을 피할 시간을 줬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김모씨(67·여)는 "재벌 총수들에 대한 수사에서 구체적인 증거가 제시돼도 사법처리 되는 경우가 드문데 현금으로 단돈 몇백만원이 오고간 정황을 포착해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며 내사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단속의 일관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사그라들지 않는 부분 중 하나.

    지난 7월 장안동 집중단속이 시작된 이후 업주 6명이 구속되고 여성 종업원과 성매매 남성 140여명이 입건됐으며, 지난달 29일에는 업주 한 명이 자살했다. 그러나 전농동 롯데백화점 뒤에 있는 윤락가에서는 아직도 성매매 영업이 성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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