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엽서 달고 현해탄 건넌 풍선

조선일보
  • 곽창렬 기자
    입력 2008.09.18 05:40

    서형진 어린이가 쓴 것… 1200㎞ 날아 日에 떨어져
    日 방송국 제작진, 한국에 와 "주인공을 찾습니다"

    16일 오후 김해국제공항으로 일본 MBS 방송국의 제작진 6명과 일본 탤런트 마쓰키 리나(여·24)씨가 엽서 한 장을 들고 입국했다. 이들은 엽서의 주인을 찾기 위해 방한했다. 한글로 씌어진 엽서에는 '우리 가족의 꿈과 희망'이라는 제목 아래 한 아이의 소망이 적혀 있었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철자법도 틀린 글은 '아빠, 엄마도 오래 사세요' '가을에 운동회 할 때 개주(계주)가 되개(되게) 해주세요' '제 장래희망도 이루워(어)지게 해주세요(축구선수)' 등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서형진'이라고 적혀 있었다. 엽서를 쓴 인물 같은데 글씨체와 철자법을 볼 때 10세 안팎의 어린이로 보인다.

    이 엽서는 지난 5월 6일 일본 도쿄에서 북서쪽으로 300km쯤 떨어진 야마가타현 가와니시초 마을의 농부 가와사키 오사무(54)씨가 논 옆에서 주운 것이다. 가와사키씨는 이날 새벽 5시30분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마을 앞 논에 나왔는데 논 주변에서 보라색 끈이 달린 흰 풍선을 발견했다. 끈 끝에는 엽서 한 장이 단단히 묶여 있었다. 하지만 엽서에 적힌 글은 가와사키씨가 모르는 문자였다.

    그는 지역 신문사에 풍선과 엽서를 보냈다. 신문사는 엽서에 적힌 글이 한글이고 엽서가 달린 풍선이 한국에서 날아온 것임을 확인하고 그 사연을 5월 10일자 신문에 보도했다. MBS 방송국이 그 기사에 주목했다. 마침 감동적인 사연을 소개하는 '포스트맨'(우체부)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을 때였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탤런트 마쓰키 리나씨를 앞세워 엽서의 주인공 '서형진'을 찾기로 하고 풍선이 날아온 경로 추적에 들어갔다.
    16일 오후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일본 탤런트 마쓰키 리나씨가 풍선에 매달려 일본까지 건너간, 한국 어린이가 쓴 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일본 MBS방송국
    가와사키씨가 풍선을 주운 5월 6일은 한국의 어린이날 하루 뒤. 일본 기상청에 확인해 보니, 당시 야마가타현 지역에는 시속 10㎞가 넘는 편서풍이 북서쪽에서 불어왔다. 풍속과 풍향으로 미뤄 풍선은 한국의 남쪽 지방에서 20시간 이상 날아온 것으로 추정됐다.

    '포스트맨' 제작진이 만난 일본 기상청 관계자들은 "한국에서 날린 풍선이 최소 1000~1200㎞나 떨어진 가와니시초까지 날아온 것은 기적"이라고 했다고 한다. 풍선이 하늘 높이 올라가면 기압 때문에 터지거나, 아니면 헬륨 가스가 조금씩 빠져나가 십중팔구 바다를 건너기 전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탤런트 마쓰키 리나씨를 앞세운 제작진은 한국에 입국한 뒤 부산 서면과 부산역 관광안내소, 부산시 교육청 등을 방문해 '서형진' 어린이를 수소문했으나, 아직 엽서의 주인공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제주 경마공원과 울산 동구, 경북 구미 등지에서 풍선 날리기 행사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엽서를 주운 가와사키씨는 한국으로 떠나는 MBS 방송국 제작진에게 "일본에서는 점점 사라져가는 효심을 한국 어린이가 간직하고 있는 사실에 감동했다"며 '서형진'군을 찾으면 전해달라고 축구공을 맡겼다고 한다.

    제작진은 20일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서형진'군을 찾고, 그때까지 찾지 못하면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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