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법학자 이항녕 전(前) 홍익대 총장 별세

조선일보
  • 유석재 기자
    입력 2008.09.18 06:35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자 원로 법학자·문인이었던 이항녕(李恒寧·93·사진) 전 홍익대 총장이 17일 오전 별세했다.

    호가 소고(小皐)인 고인은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경성제2고등보통학교(현 경복고)와 경성제대(현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39년 고등문관시험 행정과에 합격한 뒤 일제 말 경남 하동·창녕 군수로 재직했다. 그는 50년의 세월이 지난 1991년에 하동을 다시 찾아 "당시 일제에 협력했던 것에 대해 사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광복 뒤에는 양산중 교장, 동아대·성균관대·고려대 교수와 경향신문 논설위원, 고려대 법과대학장을 지냈고, 1960년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 됐다. 같은 해 문교부 차관을 지냈으며, 홍익대 총장(1972~ 1980), 방송윤리위원회 위원장(1975~ 1977), 세계평화교수협의회 이사장, 서화작가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1980년 3월 이사회의 중임 결정을 사양하고 홍익대 총장직을 물러나면서 그 이유에 대해 "10·26 사태 이후 풀려 나온 교수와 학생들을 보니 혼자 편하게 산 데 대한 양심의 가책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도덕심이 강하다면 법은 필요 없다"는 소신을 가진 학자였으며, 법철학 전문가로서 '법철학 개론' '법철학적 인간학' 등의 저서를 남겼다. 대학 시절 소설가 이광수의 집에 드나든 문학청년이던 그는 이후 소설 '교육가족', '청산곡'과 수필 '객설록' 등의 작품을 썼다. 사단법인 현정회 이사장으로서 단군 등 한국 고유의 신앙과 사상에도 남다른 관심을 쏟았다. 지난 2000년 부인 강필화씨가 세상을 떠나자 부의금 1000만원을 한국뇌성마비복지회와 단군성전에 기탁했다.

    국민훈장 모란장(1972)과 무궁화장(1985), 일붕문학상(1995) 등을 받았다. 유족은 재두(의사), 재환(건축가), 재후(김앤장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재창(고려대 명예교수), 재원(다베루 대표), 재철(화가) 등 6남 2녀가 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은 20일 오전 8시. (02)929-1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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