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출렁대는 환율 잡을 수 있는 한가지 방법

조선일보
  • 복거일·소설가
    입력 2008.09.17 22:58 | 수정 2008.09.17 23:19

    달러를 표준통화로 채택 換算의 번거로움 피하고
    환율 변동 위험 제거하는 획기적 案도 생각해 볼 만

    복거일·소설가
    환율이 크게 출렁이면서, 우리 사회가 큰 어려움을 겪는다. 아쉽게도, 우리가 영구적으로 겪는 이 어려움에서 벗어날 방안에 관한 논의는 없다.

    이처럼 심각한 환율 문제는 세계화에 따른 현상이다. 경제적으로 하나가 된 세상에서 살지만, 우리는 널리 쓰이는 달러가 아닌 화폐를 쓴다. 두 화폐의 상대적 가치는 늘 바뀌므로, 환율도 끊임없이 출렁인다. 우리 경제가 풀기 어려운 문제를 가외로 안은 것이다.

    세계화는 인류의 마지막 제국인 '지구 제국'이 원숙해지는 과정이다. 원숙화의 핵심은 여러 민족들과 문화들을 포함한 제국의 사회적 응집력이 강화되는 것이다. 사회적 응집력은 정보 처리의 효율이 높아져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 보다 효과적으로 됨으로써 커진다. 즉 제국의 원숙화를 미는 힘은 정보 처리의 효율이다.

    정보는 표준화를 통해서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된다. 제국의 창설자들이 늘 제도의 표준화에 힘을 쏟은 까닭이 거기에 있다. 표준화의 효과는 도량형, 화폐, 그리고 언어에서 특히 크다. 그 셋은 쓰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혜택이 커지는 망 효과(network effect)가 특히 크다. '지구 제국'의 경우, 미터법은 이미 도량형의 표준이 되었고, 달러와 영어가 화폐와 언어의 표준에 가까이 다가섰다. 정부가 미터법을 강제한 것도 시민들이 영어를 열심히 배우는 것도 모두 표준의 사용으로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들이다.

    따라서 환율 문제의 해법은 표준 화폐인 달러를 쓰는 것이다. 달러는 화폐의 본질적 기능인 가치의 척도에서 세계적 표준이 되었고 거래에서도 가장 많이 쓰인다. 이런 '달러 채택(dollarization)'의 혜택은 실은 환율 비용의 제거를 훌쩍 넘어선다. 경제적 어려움을 맞은 나라들이 달러를 통화로 삼아서 위기를 벗어난 경험에서 이 점이 확인된다.

    달러 채택의 본질적 혜택은 환산(換算)의 사라짐이다. 화폐들 사이의 환산은 번거롭고 부정확해서, 경제의 효율과 통계의 정확성에 늘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우리 금융 체계에 대한 믿음이 커진다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달러 채택은 환율 변동의 위험에 노출된 기업들을 주로 돕겠지만, 정부가 누릴 혜택도 크다. 경제적 목표들이 흔히 달러로 제시되므로, 정부는 환율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 지니기 어렵다. 연간 경제 성장률을 1% 더 높이는 것은 지난하지만, 환율을 1% 내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원의 과대평가는 물가도 낮춘다. 자연히, 어느 정권에든 원의 과대평가는 견디기 어려운 유혹이다.

    1990년대의 경험은 특히 교훈적이다. 김영삼 정권은 환율을 낮게 억제해서, 달러 표시 소득이 빠르게 늘었고 물가도 안정되었다. 공교롭게도, 그때 우리 개인 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섰다. 소득이 한번 1만 달러를 넘어서면, 그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실적을 뽐낸 정권엔 재앙이다. 그래서 무역 적자가 커져도, 김영삼 정권은 환율을 계속 억제했고 끝내 참담한 화를 불렀다. 달러 채택은 이런 '환율의 덫'을 없앤다.

    물론 반론도 거셀 것이다. 실질적 문제들 가운데 두드러진 것은 우리 정부가 통화 정책을 펼 수 없으리라는 점이다. 미국 화폐를 우리 화폐로 삼아서 볼 심리적 손실은 더 큰 문제일 터이다. 다른 한편으로, 통화 정책의 상실은 '위장된 축복'일 가능성이 크다. 심리적 손실은 어쩔 수 없지만, 유럽의 민족국가들이 유로를 채택한 과정은 심리적 손실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가리킨다.

    모든 것들이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작은 나라가 살아남는 길은 변화의 기미를 먼저 알아보고 대응하는 것이다. 이미 2001년에 한국 경제를 진단하면서.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는 달러 채택을 권했다. 하루에 달러 값이 50원이나 올라도, 기업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투적 조언들만 나오는 지금, 달러 채택은 진지한 성찰을 받을 만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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