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워싱턴은 왜 밥 우드워드 앞에서 무기력해질까

조선일보
  • 강인선 기자
    입력 2008.09.13 03:17 | 수정 2008.09.13 19:06

    할리우드 스타급 대접받는 유일한 기자
    29세때 '워터게이트'로 닉슨 사임시켜
    백악관 참모들도 앞다퉈 인터뷰 자원

    워싱턴포스트의 편집부국장 밥 우드워드
    닉슨 대통령을 사임케 한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유명한 워싱턴포스트지의 밥 우드워드 부국장이 신간 '내부의 전쟁(The War Within)'을 냈다. 우드워드는 행정부와 정보기관, 군 고위인사 150명과 직접 인터뷰를 했다고 밝혔다.

    본지 9월 8일자 보도


    2006~2008년 백악관의 숨겨진 역사를 다룬 '내부의 전쟁'은 우드워드의 '부시 시리즈' 네 번째 책이다. 우드워드는 2001년 9·11테러 이후 부시의 백악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보여주는 책을 계속 써왔다.

    첫 책이 '부시는 전쟁 중'이었고, '공격계획', '부정의 나라' 등이 차례로 나왔다. 이 책들은 모두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백악관과 행정부 고위 참모 수백 명을 인터뷰해서 썼다. 부시와 참모들이 회의를 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마치 옆에서 보듯 생생하게 그린 책이다.

    현직 대통령을 몇 시간씩 인터뷰할 수 있는 우드워드의 취재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선 우드워드 자신의 명성이다. 그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할리우드 스타급 대접을 받는 기자다. 스물아홉 살 때 대통령을 끌어내린 워터게이트 특종기사를 쓴 우드워드는 그 이후 '전설적인 기자'라 불려왔다.

    기자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백악관 참모들이 취재대상이 되고 싶다고 자원하는 현상까지 벌어진다. 실제로 백악관에 우드워드보다 유명한 사람은 대통령과 부통령, 참모 몇 명 정도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한 참모는 "우드워드가 클린턴 행정부 내부 이야기를 쓴 '어젠다'란 책을 준비하던 시절 백악관 직원들이 거의 줄을 서서 우드워드를 만났다"고 했을 정도다.

    우드워드는 워싱턴의 정부기관과 같은 존재다. 다른 정부기구와 마찬가지로 늘 거기 있으면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1인 기구'인 것이다. 그는 워싱턴의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란 평까지 듣고 있다.

    백악관, 연방대법원, 국방부와 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미국의 핵심 정부기구를 심층 취재한 책을 차례로 내놓으면서 워싱턴에 정통해진 것이다. 현직 백악관 관리조차 "우드워드의 책을 읽고서 워싱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됐다"고 말한다.

    워싱턴의 많은 사람들이 '우드워드와 아는 사이'가 되고 싶어하는 것도 그의 취재를 도와준다. 고급 정보를 알고 있고 고위 인사들과 친한 우드워드의 고급 인맥 네트워크에 들어가고 싶어서다.

    워싱턴의 유력 인사들이 우드워드의 취재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정말 중요한 이유는 그의 책에 자기 목소리를 넣고 싶어서다. 그의 취재요청을 거부하면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기회를 놓친다. 우드워드는 수백 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은 후 사건을 재구성하는 식으로 책을 쓴다. 우드워드가 썼다 하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취재 내용은 '정설'이 되므로 그 안에 자신의 입장을 반영시키는 쪽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드워드는 느릿느릿 또박또박 말을 한다. 그의 취재원이 됐던 사람들은 그가 예의 바르고 조용하며, 상대를 위협하지도 않고 불편하게 만들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우드워드를 만나면 원래 하려던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무의식 중에 털어놓게 된다"고 말한다.

    우드워드는 워싱턴의 전화번호부에 자신의 이름을 놀려놓았다. 유명인사들이 대부분 자신의 이름이 공개 전화번호부에 오르는 것을 꺼리는데도 그가 굳이 이름을 올린 데는 이유가 있다. "누군가 기막힌 제보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에 적을 두고 있지만 일상적인 업무는 하지 않는다. 새 책이 나왔을 때 요약 발췌한 내용이 워싱턴포스트에 실릴 때 그의 이름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는 공개석상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데 월급을 주는 회사에 늘 감사한다"고 말하곤 한다. 언론인으로서의 활동은 책을 통해 이뤄진다.

    한 때는 워터게이트 취재를 같이했던 칼 번스타인 기자에 비해 필력이 떨어진다는 평도 들었다. 평론가들로부터 "결론도 없이 엄청난 정보만 나열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쓰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런 방식이 '우드워드 스타일'로 인정받고 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