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9·9절' 60년

조선일보
  • 이선민 논설위원
  • 김도원
    입력 2008.09.08 23:05

    1948년 9월 9일 오전 10시 평양 모란봉극장에서 북한 제1차 최고인민회의 엿새째 회의가 열렸다. 전날 회의에서 수상으로 선임된 김일성이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하자 회의장은 박수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튿날엔 소련군정과 북한 지도부가 참가한 축하 연회가 열렸고 각 도·군 소재지에서도 며칠 동안 경축대회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북한 정권 수립은 치밀하게 준비한 결과였다. 1945년 9월 "친소(親蘇) 정권을 세우라"는 스탈린 지령이 떨어졌고, 이듬해 2월 정부 역할을 하는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가 설립됐다. "남한만이라도 임시정부를 조직할 필요가 있다"는 이승만의 '정읍 발언'이 나오기 넉 달 전이었다. 1947년 2월 '북조선 인민위원회'가 정식 출범했고 1948년 2월엔 인민군이 창설됐다. 사실상의 북한 정권은 이때 이미 만들어졌다.

    ▶북한 정권 출범은 시종 소련군정이 주도했다. 공산당과 신민당을 통합해 노동당을 만들도록 했고, 북한 헌법 제정도 감독했다. 김일성과 박헌영이 제출한 내각과 최고인민회의 의장단 명단을 보고는 "남조선 대표를 늘리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인선이 갑자기 바뀌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명칭도 소련군정 정치사령관 레베데프 장군이 제안한 것이었다.

    ▶북한은 정권 수립 기념일인 '9·9절'을 김일성·김정일 생일 다음으로 중시한다. 1990년대부터는 이름도 '국경절'로 부르고 있다. 해마다 보고대회, 체육·문화행사를 열고 간부들은 김일성 시신과 동상을 참배한다. 특히 5년, 10년 식으로 '꺾어지는 해'엔 집단체조와 군중집회가 열린다. 60돌을 맞은 올해엔 초대형 집단체조 '번영하라 조국이여'를 공연하고 김일성화(花)·김정일화·기념 우표 전시회를 대대적으로 열고 있다. 오늘은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이 열릴 것이라고 한다.

    ▶남·북한이 60년 전 갈라서서 각기 정부를 세울 때 북한은 지하자원과 산업시설이 남한보다 훨씬 나았다. 그러나 2007년 북한의 국민총소득(GNI)은 24조8000억원으로 대한민국 902조5000억원의 36분의 1밖에 안 된다. 1인당 국민소득은 107만원으로 대한민국 1862만원의 17분의 1이다. 주민들은 만성적인 굶주림과 영양 부족에 시달린다. 지난 5월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긴급 구호 요청을 하기도 했다. 남북 양쪽 지도자의 안목과 선택이 하늘과 땅의 격차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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