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린 17세 딸 임신' 미(美) 술렁

입력 2008.09.03 03:03

공화당 대의원들 "모든 美가정의 문제"
오바마 "내 어머니도 18세에 날 낳아"

1일 미 공화당에 최대 뉴스는 이날부터 시작한 전당대회가 아니었다.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세라 페일린(Palin) 알래스카 주지사의 17세 된 딸 얘기였다. 페일린 부부가 이날 오전 공동 발표문을 통해 "17세 된 고교생 딸 브리스톨이 현재 임신 5개월째"라고 밝히자, 미네소타 주 세인트 폴에 모인 공화당 대의원들은 "오 마이 갓(Oh, my God!)"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의원들 "페일린의 문제는 모든 미국인의 문제"

페일린 부부의 발표는 최근 인터넷에서 "페일린의 4개월 된 막내 아들이 사실은 딸 브리스톨이 낳은 외손자"라는 루머가 퍼지자, 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처음에 놀랐던 많은 공화당 대의원들은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개인의 사생활 문제"라며, 페일린의 부통령 후보 지명에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오히려 낙태를 반대하는 보수주의 기독교 대의원들은 "페일린 주지사가 다운증후군인 줄 알면서 막내 아들을 출산한 데 이어, 혼전(婚前) 임신한 고교생 딸에게 아이를 출산토록 권하고 아이 아빠와 결혼시키려는 생명 존중의 태도를 보였다"며 환영했다.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가 미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지난달 29일 오하이 오주 데이튼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뒤편으로 그의 딸인 브리스톨(17)이 생후 4개월 된 페일린의 막내 아들 트리그를 안고 있다. 로이터 뉴시스

워싱턴포스트(WP)는 한 대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미혼 자녀의 임신은 모든 미국인 부모들이 안고 있는 문제"라며 "페일린이 보통의 미국인과 다름없는 가정 문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지지 기반을 넓힐 수 있는 계기"라고 보도했다.

검증 과정 다시 도마 위에

그러나 존 매케인(McCain) 공화당 대선후보의 부통령 후보 인선 과정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페일린이 2년 전 주지사 선거 유세 때 미성년자에 대한 순결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정작 자기 딸이 혼전 임신했다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매케인 진영의 터커 바운즈(Bounds) 대변인은 CNN방송 등에 "매케인은 페일린 주지사와 얘기하면서 딸의 임신 사실을 미리 알았지만, 사생활이라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퍼스트 레이디 로라 부시도 이날 전당대회에서 "이런 이슈로 페일린을 공격하는 것은 성차별주의"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매케인이 애초 러닝 메이트로 원했던 민주당 출신 조지프 리버먼(Lieberman) 상원의원이나 톰 리지(Ridge) 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가 모두 낙태 찬성론자라 당내 반발이 거세자, 전당대회 4~5일 전에야 페일린을 택했다"며, 페일린의 가정 문제 등을 제대로 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공격 자제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Obama) 상원의원은 이날 "내 어머니가 나를 낳은 나이도 18세"라며 "페일린의 자질과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 후보들의 아이들은 특히 보호 대상(off limit)"이라며 공격하기를 거부했다.

한편, 친(親)민주당 계열인 주간지 '네이션(Nation)'지는 "페일린 딸의 임신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다른 약점을 파고 들라"고 주문했다. 이 잡지는 페일린이 최근 알래스카 주 경찰국장을 해임한 게 불법적이라고 주장했다. 페일린 주지사는 여동생의 전(前) 남편인 경찰관을 해고하라는 요구를 거부한 경찰국장을 해임한 게 보복조치가 아니냐는 혐의를 받고, 현재 주의회가 임명한 특별검사의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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