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판사가 법정의 존엄(尊嚴)을 이 정도로 취급하니

조선일보
입력 2008.08.14 23:14

지난 11일 불법 촛불시위를 주동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 안모씨 재판에 안씨를 체포한 경찰관이 증인으로 나와 "미란다 원칙(피의자 체포 때 묵비권 등 권리를 알려줘야 하는 원칙)을 알렸다"고 진술하자 방청석 곳곳에서 "쳇" "핏"하는 코웃음과 야유, 비아냥이 터졌다. 이들은 경찰관이 체포과정을 설명하면서 말이 꼬이자 낄낄거렸고 판사가 경관에게 "그렇다 아니다로 짧게 대답하라"고 지적하자 "와하하"하며 큰 소리로 웃어댔다. 안씨를 '응원'하러 나온 촛불시위 가담자들이었다.

재판장은 지난달 24일 첫 재판에서 법정에 들어서는 안씨를 향해 박수를 쳤던 방청객들을 퇴정시켰었다. 그러나 이날은 방청객들이 증언을 방해하며 소란을 피우는데도 힐끗 쳐다봤을 뿐 제지하지 않았다. 재판장은 이날 안씨가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지난 13일 시위 여대생 사망설을 처음 퍼뜨린 최모씨의 재판정에서도 방청객들은 걸핏하면 "피식" 소리를 내며 경찰관 증인들을 비웃었다. 최씨는 지난 6월 전경이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받는 사진을 전경들이 여대생을 목졸라 죽인 사진인 것처럼 조작해 다음 토론방 아고라에 올렸던 사람이다. 지난달 23일의 최씨 재판에서도 방청객들은 증언하는 전경을 향해 큰소리로 웃으며 비웃었고 재판장이 "방청석 조용히 하세요"라고 경고하자 소리를 낮춰 "거짓말" "나쁜 놈"이라고 야유를 계속했다.

법원조직법과 형법은 법정의 존엄과 질서를 해친 방청객에 감치(監置)에서 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판사가 법정의 존엄을 지킬 각오가 없다면 아무도 법정의 존엄을 지켜주지 않는다. 법정의 존엄이 짓밟히면 판사도 법의 권위도 함께 사라지는 법이다. 그러나 요즘 사법부엔 이런 인과(因果)의 고리조차 모르는 판사가 너무 흔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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