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불법시위 피고인 두둔 발언

조선일보
  • 장상진 기자
    입력 2008.08.13 03:08

    "또 집회 나가겠다" 답변에도 보석 허가
    "야간집회 금지조항 위헌성 논란" 언급

    불법 촛불시위 주동자에 대한 재판을 맡은 판사가 재판 과정에서 잇달아 피고인을 두둔하고 현행법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사견(私見)을 드러내 물의를 빚고 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박재영<사진> 판사는 촛불시위를 주도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진걸 광우병 대책위원회 팀장의 재판에서, 안씨의 보석을 결정하기 위해 "풀어주면 촛불집회에 다시 나가겠느냐"고 질문하면서 "야간집회 금지조항에 대해 위헌성 논란이 있는 만큼 (이 질문이) 자칫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구속된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을 묻는 것은 보석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유인 '재범의 위험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당연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박 판사는 굳이 야간집회 금지조항에 대한 위헌 논란까지 거론하며 안씨의 입장을 두둔한 것이다.

    질문을 받은 안씨는 "낮에 이뤄지는 집회에는 참여하겠으며, 야간 집회의 경우에는 문화제 형식의 합법 집회에 참여하겠다"고 답했고, 박 판사는 "그같은 답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어려운 의사표현에 감사한다"고 화답한 뒤 2시간여만에 안씨의 보석을 결정했다.

    촛불시위는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현행법을 피하기 위해 매번 '문화제'의 형식을 빌려 개최되고 있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도로를 점거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불법 시위로 변질돼 왔다. 따라서 "문화제 형식의 합법 집회에 참여하겠다"는 대답은 재범의 위험성을 다분히 내포한 발언으로, 이같은 대답을 듣고도 보석을 허가한 것은 재판부가 사실상 재범을 방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24일 열렸던 안씨에 대한 첫 공판에서도 박 판사는 "(안씨가 구속돼) 마음이 아프다", "(촛불시위가) 목적이 아름답고 숭고하다" 등의 발언을 했었다.

    안씨는 이렇게 풀려난 직후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촛불집회 관련 구속자들이 잇달아 집행유예로 석방됐다"면서 "검·경은 촛불을 마구 잡아들이고 있지만, 사법부는 현명하게 판단을 하고 있다"고 재판부를 칭찬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판사가 현행법을 위반한 피고인을 노골적으로 두둔함으로써, 불법 촛불시위대의 법 경시 태도와 수사기관 우롱 행위를 조장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박 판사는 "평소에도 파렴치범이 아닌 한 최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이해하려 한다"며 "위헌을 거론한 것은 안씨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에서 한 말이고, 보석을 허가한 것은 본인이 합법적인 시위에만 참가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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