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4박5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지명위원회(BGN)의 독도 영유권 표기 변경 파문 수습책의 큰 가닥을 잡은 듯하다.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문책 문제는 당분간 미뤄두고, 대신 부시(Bush) 미국 대통령의 방한(8월 5~6일)에 앞서 외교적 해결의 흐름을 잡겠다는 것이다.
청와대에서는 사건이 불거진 이번 주초만 해도 이태식 주미대사를 포함한 외교라인의 문책론이 강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이날 "일비일희해서 자책하고 문책해야 하느냐"며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기류가 확 변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문책만이 능사는 아니다. 주미대사관 등의 직무 태만 여부도 처음 제기된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쇠고기사태에 비해 인적 쇄신 여론의 강도가 높지 않고 외교안보팀을 바꾸면 한·미 정상회담과 북핵문제 등 현안 해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이 독도 표기에 대한 진전된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한 요인"이라고 했다.
우리 외교는 미국 BGN의 독도 문제 표기 변경 파문을 해결키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29일(미국 시각) 이태식 대사가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을 만나 우리측 입장을 전달했고, 이에 부시 대통령이 "독도 문제를 잘 알고 있다"며 "콘돌리자 라이스(Rice) 국무장관에게 이 문제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한 것도, 우리 정부가 조심스럽게 조기 해결을 전망하는 대표적 근거이다. 방한을 앞둔 미국 대통령이 지시한 만큼, 원상 회복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한미 외교 채널에서의 협의 결과를 보고, 독도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흐름은 이 대통령이 독도 문제를 공식 의제로 삼지는 않되, 한미 협의 결과를 보고 회담 중에 거론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청와대 측은 이 같은 대응 방안을 '조용한 저수위 대응'을 뜻하는 '로 키(Low key) 접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수습책이 들끓고 있는 민심을 만족시킬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인책론만 해도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까지 나오고 있다. 또 미국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BGN 같은 기구를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만으로 좌지우지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부시 대통령의 방한 때까지 당장 해법이 나올지도 의문이다. 청와대 정무라인의 핵심인사조차 이날 "'로 키' 방식은 (여권 내에서) 합의된 사항이 아니다. 문책 없이 악화된 민심을 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