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미국 지명위원회(BGN)의 독도 표기 변경 철회 문제를 놓고 '외통수'의 처지에 놓였다. 국민 감정을 생각하면 미국측에 당연히 시정을 요구해야 하지만, 해봤자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는 내달 5일로 다가온 조지 W 부시(Bush)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다. 정부는 일단 부시 방한 전까지 각종 외교경로를 동원, 막후에서 미국측에 전방위로 시정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에는 양측 모두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가급적 회담 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측의 이런 기대가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당장 미 국무부가 29일 '영토문제에 대한 중립'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일부 미국 정부 인사들이 "해결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한 게 그나마 희망적이다. 하지만 이 역시 미국이 일본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우리 편을 들고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나오기는 더욱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당장 이 대통령에겐 부시 대통령의 긍정적 답변을 끌어낼 만한 정치적, 외교적 지렛대가 없다. 오히려 앞으로 미국이 더 일본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우리측의 처지가 절박한 형편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독도 문제를 공식 의제로 삼으면 서로가 난감하고, 우리가 시정 조치를 요청해도 특별한 대답을 얻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이해시킬 수밖에 없다"는 청와대 정무수석실 관계자의 말에 이 같은 정부의 딜레마가 잘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