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의사와 한의사 면허증을 모두 취득한 '복수 면허자'들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의사와 한의사 복수 면허자는 올해 1월 현재 181명으로 전체 의사 및 한의사 면허 취득자의 0.2%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로 보면 전체 의사 숫자에 비해 적지만, 지난 2000년 이후 꾸준히 두 자리수로 증가하고 있어 당분간 이같은 증가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의사들이 두 가지 모두 특화시키지 못하고 '양다리 걸치기식'의 지식으로 돈벌이에 급급하다는 지적과 함께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거둬 의료계 발전에 기여할 것이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한 복수 면허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개원가들의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성이 떨어지는 현실을 반영하는 현실적 '고육지책'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논란은 최근 복수면허자인 모원장이 자신이 쓴 글에서 "우황청심환이 뇌와 심장에 좋다"는 요지로 쓴 글에서 비롯됐다.
이를 본 많은 현대의학 의사들이 "과학적이지 못한 글로 일반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B원장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황청심환도 안 먹도록 건강한게 좋다던지 먹일 때 잘못하면 폐렴이 된다는 내용을 첨가했다"며 "현재의 비판들은 일부의 내용을 확대해석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여러가지 임상을 통한 데이터를 가지고 주장한 것"이라며 일부 의사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에 A대학병원 혈관내과 교수는 "우황청심환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성분이 어느 질병에 좋고 나쁜 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는 것이 문제"라며 "원료와 질병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주장을 해야 동료의사나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떨떠름해 했다.
경기도 C내과 원장 역시 "솔직히 복수면허자들은 학문적 열정보다 양다리 걸쳐 수익을 더 내보자는 것 아니겠냐"며 "그것보다는 한방의 약재나 침술에 대해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노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거둬야 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그는 "한·양학이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부터 같이 배우고 이해할 수 있는 틀이 중요하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복수면허자들에 대한 시선이 따가운 가운데 한방과 양방에 대해 교류하고 연구하는 동서협진의료연구회도 난감한 입장이다.
동서협진의료연구회 관계자는 "우리 모임에 참석하는 의사들의 경우 경제적인 문제로 취득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더 많은 학문과 의술을 연구하려는 취지가 더 많다"며 동료의사들의 시선은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솔직히 면허 하나 따는데도 많은 노력과 시간 비용이 드는데 복수면허를 따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그러나 국민들의 건강과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의협은 의료일원화를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한의사협회 관계자도 "복수 면허를 따는 데는 포화된 개원시장을 헤쳐보려는 나름의 노력으로 보인다"며 "복수면허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비용과 시간이 더 들더라도 자신만의 특징이 있어야 한다는 절박한 개원가의 호소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구성헌 기자 carlove@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