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 까지 커야 하는데… 무엇이 내 아이 '키' 발목 잡나

입력 2008.07.22 23:40

한국인 키 성장이 멈춘다
헬스조선·대한소아내분비학회 공동
'헬스조선M - 어린이 성장'편 펴내
빨라진 사춘기… 성장판 일찍 닫혀
결과적으로 성인 키 작아지는 원인

요즘 청소년이 가장 선호하는 키는 '남자 185㎝, 여자 168㎝'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꿈을 성취하는 세상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소아 성장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키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인 키는 2020년쯤 175㎝, 163㎝ 안팎까지 커지다 더 이상 커지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대체 180㎝, 190㎝까지 '고속 성장'할 것 같았던 한국인의 키에 제동이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헬스조선 취재팀과 대한소아내분비학회가 최근 공동 발간한 '헬스조선M - 우리 아이 키, 정상적으로 크고 있나?' 편에서 그 해답을 얻어본다.

◆빨라진 사춘기가 문제다

1985년 우리나라 18세 남자와 여자의 키는 168.9㎝와 157.3㎝였으나 1998년에는 172.5㎝와 160.5㎝가 됐다. 13년이란 '짧은 기간'에 한 나라의 평균 키가 3.6㎝(남), 3.2㎝(여)씩 커지기는 이례적이다. 그러나 2007년 18세 한국인 남녀의 키는 173.4㎝와 160.7㎝로, 1998년에 비해 각각 0.9㎝와 0.2㎝ 크는데 그쳤다. 그런데도 '멀대 같은' 요즘 청소년들 키를 보면 10년 전보다 4~5㎝는 더 커진 것 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착시 현상이 드는 이유는 과거보다 사춘기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사춘기는 영아기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르게 자라는 시기로 남자는 평균 3.3년 동안 약 25~30㎝, 여자는 평균 3.6년 동안 약 15~20㎝ 자란다. 과거보다 사춘기가 빨라지면서 아이들이 예전보다 훨씬 일찍 키가 자라고, 그로 인해 '체감 키'가 커 보이는 것이다. 고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이기형 교수는 "일찍 키가 크면 나중에 훨씬 더 키가 클 것처럼 보이지만 사춘기가 빨리 나타난 만큼 성장판이 빨리 닫히므로 최종적인 성인 키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에 따르면 사춘기 말기에 시작되는 여자 아이의 평균 초경 나이는 약 40년 전엔 14.1세였으나 최근에는 12.1세로 앞당겨졌다. 보통 여자는 초경 시작 2년 후 성장이 멈춘다. 이기형 교수는 "사춘기가 너무 빨리 나타나는 경우엔 사춘기의 경과 기간도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사춘기 기간이 짧아지면 그만큼 키가 클 수 있는 기간이 줄어 성인 키가 작아지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비만 아동이 늘어나는 것도 키가 계속 커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0~14세 남자의 17.9%, 여자의 11.4%가 비만이다. 지방세포에서 나오는 성호르몬은 성장호르몬 분비도 증가시키므로 비만인 아이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키가 약간 큰 편에 속한다.

그러나 성호르몬은 뼈 성장은 돕는 반면 성장판을 빨리 닫히게 만들므로 결과적으로 키 성장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며, 때로는 장애가 되기도 한다.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지은 교수는 "체중이 빠르게 증가하면 사춘기도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키에 비해 체중이 너무 빠르게 증가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헬스조선 DB
◆결국에는 유전이다

성장 전문의들은 키는 유전적 요소가 70~80%를 차지하며, 영양상태나 질병 등 환경적 요소가 20~30%를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같은 유전형질을 가진 북한 청소년의 평균 키가 남한 청소년보다 10㎝ 이상 작은 것은 영양상태와 질병 등 환경적 요소가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 결국 한국인의 평균 키가 지난 수십 년간 급속도로 커진 이유는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돼 있는 키가 영양결핍이나 질병 등의 이유로 방해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황진순 교수는 "키의 정상적 성장을 방해하던 환경적 요인들이 이제 거의 제거됐으므로 지금부터는 유전적 요인이 키를 결정하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장 전문의들은 일반적으로 남자 아이는 부모의 평균 키에 6.5㎝를 더한 만큼, 여자는 부모 평균 키에서 6.5㎝를 뺀 만큼 키가 자란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부모 중 한 사람이 영아기의 영양 결핍, 결핵이나 만성신부전 같은 전신 질환으로 성장에 지장을 받은 경우엔 이런 예측이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의 30대 40대의 키가 부모의 키와 무관한 이유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전적 키를 넘어서려면

키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은 영양, 수면, 질병, 비만, 운동,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다. 키 성장을 방해하는 영양결핍이나 만성질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비만이나 운동부족, 스트레스는 오히려 증가돼 키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반대로 이런 요인들을 100% 이용하면 유전적으로 결정된 키 이상으로 클 수도 있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호성 교수는 "아이의 성장 상태를 꼼꼼히 살피고 영양이나 수면 등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원래 클 수 있는 키보다 5~10㎝ 정도 더 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양과 관련해선 단백질, 칼슘, 무기질 등의 충분한 섭취가 가장 중요하다. 성장판을 자극하기 위해 유산소 운동을 30분 이상씩 주 5일 이상 해야 하며, 성장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 '정신사회적 저 신장'이란 병이 있을 정도로 스트레스는 키 성장과 직접적 관계가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한편 시중에 유통되는 '키 크는 약'을 쓸 때는 조심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유한욱 교수는 "성장보조제 중에는 가끔 호르몬제까지 첨가된 것들도 있다"며 "이 때문에 약을 복용하는 동안은 쑥쑥 크는 듯이 보여도 뼈 나이를 증가시켜 성장판을 일찍 닫히게 하므로 키 성장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헬스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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