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종교편향 없을 것" 지관 "따로 할 말 없다"

  • 뉴시스
    입력 2008.07.22 18:46 | 수정 2008.07.22 18:54




    한승수 국무총리가 22일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스님을 예방해 "종교편향와 관련, 그런 일이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지관스님은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짧게 답변해, 이명박 정부와 불교계 간 큰 간극이 그대로 드러났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5시께 서울 조계사를 찾아 "그동안 여러가지로 정부가 원로께 심려를 끼쳤다. 우리나라는 종교가 다원화돼있는 나라로 특정 종교 편향이나 폄하를 절대 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히고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지관스님이 저에게 직접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국토해양부의 대중교통이용서비스 '알고가' 시스템의 사찰명 누락· '전국경찰복음화 금식대성회' 포스터에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와 어청수 경찰청장 사진 게재·경기여고 교내 공원화 사업 중 불교유적 훼손 등과 관련해서는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특별히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부처님 뜻대로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많이 배웠다. 기름·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경제 운용이 어렵다. 지관스님 을 비롯한 불교계가 많이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지관스님은 이에 대해 "지난 번에도 오려고 하다 여의치 못했는데 자꾸 못오시면 그럴 것 같아 오라고 했다"며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손안식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은 "며칠 전 총리님의 진솔한 생각과 마음을 듣고 싶어 총리실에 문서를 전달했는데 봤는지"라고 물은 뒤 "대한민국 정치 지도자들은 종교 편향을 하고 있으면서도 안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손 위원장은 "어청수 경찰청장은 조용기 목사와 전 경찰을 복음화한다는 포스터를 만들어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변명 일변도"라며 "책임있는 사람이 좀 더 솔직해야 하지 않나. '죄송하다' 한 마디면 끝나는데 합리화하려고 변명만 하니 골이 깊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알고가'도 실무자의 실수라는데 어떻게 그게 실수인가. 100% 의도적"이라며 "그런데 한 번도 장관이 정식 사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당시 서울시를 봉헌하겠다고 하고, 부산 전 지역의 사찰이 무너지라고 기독교 청년들이 외칠 때 영상 메시지를 보낸 것 등으로 종교편향과 관련해 누구보다 시달림을 받은 분"이라며 "국무회의에서 절대 종교편향 없도록 하라고 지시할 수 있지 않나. 대통령의 말 한 마디면 (공무원들)이 (종교편향을) 하고 싶어도 못하니 대통령이 말해주셨으면 한다"라고 요청했다.

    한 총리는 이에 대해 "제가 잘 챙기겠다"라며 "말씀을 유념하고, 대통령께 전하겠다"고 답했다.

    한 총리와 지관스님은 독도 문제 등 현안에 대한 대화도 나눴다.

    지관스님은 "오키나와라는 섬도 우리 것이고 대마도도 태종 이전에 우리가 점유했었다. 독도는 말할 것도 없고 오키나와와 대마도도 빨리 내놓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고, 한 총리는 이에 대해 "대마도가 한 때 우리 영토였던 적이 있지만 그 이야기를 지금 하는 것은 오히려…."라고 말을 흐렸다.

    한 총리는 "미래에 한국과 일본이 같이 가야 하는데 반목하면 안 된다"며 "우리는 준비가 돼 있는데 독도 영유권 문제로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만드는 것을 보면 일본 기성 정치인들은 한참 더 가야 한다"고 지적했고, 지관스님은 이에 대해 "그러면 좋은데 그 사람들이 그렇게 안하니…. 믿고 있으면 안 된다"고 답했다.

    한편 시국법회 추진위원회 회원 10여명 등 불교단체 회원들은 '폭력진압·종교편향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하라' '이명박 정부는 오만과 독선을 버리고 국민과 소통하라'는 등의 플래카드를 걸고 조계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조계사 관계자들이 "길만 터"라며 시위자들을 끌어내려해 잠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총리와 지관스님의 이번 만남은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1일 일부 불교계 신도들이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문제 삼으며 반발해 접견이 무산된 지 21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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