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임기 말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OIE) 권고를 시행하면 쇠고기를 월령 제한 없이 수입하기로 했다는 주장이 한나라당에서 제기됐다고 22일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회 쇠고기 국정조사특위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21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관련 관계부처 장관회의 결과'라는 문건을 국무총리실로부터 제출 받아 공개했다.
이 문건은 지난해 11월 17일 열린 쇠고기 수입 관계부처 장관들의 회의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회의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가 주재했고, 임상규 농림부 장관,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홍 의원은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도 회의에 참석한 사실을 구두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문건에 따르면 이 회의에서 내려진 결론은 “미 측이 OIE 권고(동물성 사료 금지 강화조치)를 시행할 경우, OIE 기준을 완전 준수(한다)”다. 'OIE 기준'이란 '모든 연령의 쇠고기 중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제외한 나머지 부위를 모두 수입하는 것'이라는 게 농림수산식품부 측 설명이다.
또 이 문건의 결론 항목에는 “이에 앞서 1단계로 30개월 연령 제한은 유지한다”는 내용이 있다.
홍 의원은 “이 회의로 볼 때 지난 정부가 이미 'OIE 권고 시행'이라는 조건만 남긴 채 미국산 쇠고기를 월령 구분 없이 수입하겠다는 입장을 정하고 이를 미국에 통보까지 한 걸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이런 결론이 노무현 정부 땐 실제로 실행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홍 의원의 주장에 대해 "당시 정책 실무진에서 그 같은 방안을 마련한 것은 맞지만 노 전 대통령이 이를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송 의원은 "지난해 12월 24일 청와대에서 노 전 대통령 주재로 한덕수 총리, 권오규 부총리,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참석한 쇠고기 협상 대책회의가 열렸다"며 "참석자들이 1, 2단계에 걸친 점진적 개방안을 보고하자 노 전 대통령은 '월령 제한을 철폐하는 것은 다른 나라가 하지 않는 것인데 우리가 먼저 하는 건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고 반대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또 노 전 대통령이 당시 "'30개월 미만+뼛조각'을 만약 우리가 개방했을 때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처리해 준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물었고, 참석자들이 제대로 답변을 못 하자 "그런 확신이 없다면 쇠고기 협상은 다음 정부에 맡기는 게 맞다" 고 결론 내렸다고 주장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