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땅소송 황혼연애'의 60代 여인 마침내 입을 열다

입력 2008.07.19 03:44 | 수정 2008.07.19 11:45

"자기가 좋아서 줄 땐 언제고… 분통터져 내가 꽃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파" "땅 가등기 끝나고도 한참을 계속 만나 그 영감 자식들 끼어들면서 연락 끊겨"

60대 여성과 '황혼 연애'를 하던 80대 노인 김모씨가 자기 부동산 일부를 여성 측에 자진해서 넘겨줬다가 떼이게 됐다. 김씨는 "평생을 반려자 혹은 연인으로 지낼 것을 조건으로 가등기를 해줬고 여성이 의도적으로 접근해 여생을 함께할 것처럼 거짓말을 해 착오를 일으켰다"며 가등기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수원지법 민사4부는 "김씨의 주장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본지 7월 9일자 보도)

할아버지가 비난하는 할머니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살고 있었다. 13일 기자가 찾았을 때 20분간 '만날 이유가 없다'며 문을 열어주지 않던 주모(67)씨는 막상 자리에 앉자마자 봇물 터지듯 이야기를 쏟아냈다.

"내가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 요즘 말이 안 나와요. 내가 무슨 꽃뱀이야? 그 사람(할아버지 김모씨)은 평생 연인이니 뭐니 이런 말 한 적도 없고 내가 먼저 땅 달라고 한 적도 없어. 자기가 좋아서 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사람을 뭐로 보고…. 오히려 내가 그 영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야 해요."
일러스트 = 김현지 인턴기자 이화여대 4학년
두 사람은 2003년 분당의 한 아파트 노인정에서 처음 만났다. 재력가였던 김씨는 당시 부인과 사별하고 혼자 살고 있었다. 주씨 역시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지내던 상태였다. 두 사람은 친구들과 함께 설악산으로 1박2일 여행을 다녀온 후 가까워졌다. 단둘이 만나 식사를 하고 경기도 양평으로 드라이브하면서 각별한 사이가 됐다. 핸들은 할머니가 잡았다.

주씨는 "나이도 나보다 많고 점잖은 분 같아서 만났다"고 했다. "평생 연인? 그런 말 한 적도 없어요. 그냥 나만 보면 피곤이 다 풀린다면서 만나서 밥이나 같이 먹자고 하데요. 좋은 선생한테 진단받고 비아그라를 샀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자기가 나를 좋아했지. 원래 내가 노인네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아요. 어딜 가든 내가 떴다 하면 다들 나를 딱 찍으니까."

이들 관계에 돈 문제가 얽힌 것은 만난 지 3년이 지나서부터다. 당시 주씨는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주씨는 "집을 담보로 대출 받아서 친구한테 1억원을 빌려줬는데 아직도 못 받고 있다"며 "한 달 이자만 몇십만원씩 나가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내가 친구와 통화하는 걸 듣게 됐다"고 했다. "땅 팔리면 갚아주겠다고 하더라고. '진짜? 정말 갚아줄 거예요?' 했더니 '그럼, 그것만 갚아주나. 더 주지' 라데요. 그 뒤로 가끔 '땅 아직 안 팔렸냐'고 묻긴 했지만 내가 먼저 달라고 한 적 없어요."

2006년 10월 김씨는 자기가 갖고 있던 경기도 남양주시 임야 10만여㎡ 가운데 일부인 1만여㎡의 소유권을 주씨의 아들 박모(35)씨에게 이전한다는 가등기를 해줬다. 당시 시세로 3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왜 주씨가 아닌 주씨 아들에게 가등기를 해줬을까.

"나는 그냥 하자는 대로 해준 것뿐이야. '아들한테 혼나지 않겠어요?'했더니 자기 아들이 여자 이름을 보면 의심할 거라면서 남자 이름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한 거예요. 나는 법도 모르고 아무것도 몰라. 내가 악질적으로 땅을 목적으로 접근했으면 좀 더 확실하게 내 걸로 만들어놓지 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겠어요?"

"가등기가 이뤄지자 여자가 태도를 바꿔 연락을 끊어버렸다"는 김씨 주장에 대해서도 주씨는 "그이 아들 때문에 이렇게 됐지 내가 먼저 연락 끊은 적 없다"고 했다.

"가등기 하고 나서도 한참을 계속 만났어요. 어느 날 연락이 와서 나갔더니 난데없이 가등기를 취소해 달래요. 내가 '그렇게는 못 한다' 했더니 옆 테이블에서 아들, 며느리가 튀어나와 '이러시면 곤란하다'고 하더라고요. 그 뒤로 연락이 끊긴 거예요."

1심 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로 김씨의 손을 들어주자 주씨 측은 항소를 제기하면서 등기절차 이행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결과는 뒤집혔다. 김씨가 땅을 주겠다는 취지로 써준 각서가 힘을 발휘한 것이다. 항소심을 맡은 수원지법 민사4부는 "김씨가 써준 각서가 있고 재판 과정에서 본인이 각서를 써준 사실을 인정한 만큼 김씨의 주장은 타당성이 없고, 주씨 아들의 등기절차 이행 주장은 적합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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